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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희 Jan 14. 2021

오래된 농담

요즘은 쓸 말도 할 말도 신통찮다.

사람을 만난들 커피숍에선 주문포장만 가능하니

운신의 폭이  좁아진지 오래다.

군중속에 고독이라고 고매한 철학을 논하지만, 그래도

부대끼며 피곤을 호소해도 사람은 사람에게서

구원을 받기 마련.

그나마 책에서 위안 받고자 서점에 들려 고전과 햇글을  

구입해서 읽어도 예전만큼 확확 와닿지 않는다.

공자위에 장자, 장자위에 노자, 노자 위에는 누가 또 한 수위일까.

예수와 부처의 중생을 위한 '경經' 들은 여전히 무겁고 까다롭다.

인류를 위한 기도는 예수와 부처를 결코 따라잡을 수 없어, 나의

기도빨은 어제도 그제도 가련하고 가난하다.


이제는 기도나 염원도 간절하게 소유하지 말아야겠다.

무소유의 없을 無.

말 뜻 그대로 아예 없었던 것들인데  무엇을 어떻게

버리고 소유하란 말인지.

그만하자, 글이 아닌 말을 쓰다보니 이렇게 멋대로 이어진다.


각설하고

묵은 서적이 아닌, 지나간 글들을 뒤적이니 이런 제목도 있었네.

오래된 농담 속에 유해(遺骸)같은 뼈조각이 ...


 

족발 삶는 그 국물에



by잠자는 물고기Mar 24. 2019



남편 점방 앞에는 순댓국과 족발을 파는 식당이 있다. 그곳 여주인은 자그마한 체구지만 부지런하며 경우 바른 아주머니로 골목에 소문이 나 있다.

남편에게 소소한 전기일이며 큰 공사를 자주 맡겨 우스개 말로  집사 수준의 일을 떠맡었었다. 보상도 짭짤했다. 하찮은 일이라도 철저히 계산해 주었으며 못을 하나 박아 주어도 족발과 소주를 싸주기에 `이러시면 안 된다'고 하여도 저녁에 한 잔 하라며 주곤 하였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께서 건강상의  이유를 들면서 제부에게 가게를 넘겨주게 되었다.


제부라는 남자는 처음엔 사다리를 빌려가더니 작은 공구들을 빌려가기 시작했다. 남편은 아주머니와의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처음엔 그러려니 흔쾌히 빌려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그 남자에게 일침을 놓게 되는 일이 생겼다. 작은 공구들이야 그렇다지만 고가의 기계까지 빌려 쓰겠다는 것에  말이 되었다.


그날도 남자는 비굴한 몸짓과 눈길로 점방에 머리를 드밀더니 또 빌려가기를 원했다.

남편 왈 " 소소한 것들이야 이해가 되지만 그런 고가의 기계들은 곤란합니다. 그것은 횟집에 가서 주방장에게

회칼 빌려달라는 것과 마찬가지며, 우리가 족발을 사 가서 당신네 고기 삶는 그 국물에 넣어서 좀 삶자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남자는 머쓱해져서 '죄송합니다, ' 하며 물러갔다.


남편은 자기 말이  야박하게 들릴지라도 할 수 없는 일이라 했다. 수십만 원, 어느 것은  몇백의 고가의 물건을 함부로 만만하게 쓴다는 것은 불편함을 준다고.

아주머니의 일을 봐줄 때는 내 것으로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지금은 요구하는대로 자꾸 빌려주다 보면 사정을 봐준 이쪽 인심은 사라지고 만만한 버릇으로 길들여질뿐이라고.


이웃 간에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나가다가 결국엔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 있으며, 서로에게 더 서운함을 느끼기 전에 깔끔하게 안 되는 것은 안된다고 정리를 해 둬야 한다고.


남편의 일이니 내가 관여할 것은 아니다.  마침 그 시간에 상황을 지켜본 나로서는

이렇게 글로서 한쪽 남겨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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