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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희 Feb 07. 2020

맛과 향기의 뼈대

  

...../... 나물을 말리면, 그 맛과 향기의 붓기가 빠진다. 말린 나물은 맛과 향기의 뼈대만을

추려서 가지런해지고 맛의 뼈를 오래 갈무리해서 깊어진다. 데치거나 김을 올리면 말린 나물은 감추었던 맛과 냄새와 질감의 뼈대를 드러내는데, 그 맛은 오래 산 노인과 친화력이 있을 듯 싶었다...../.....

                                        -- 김 훈 --



                                             

전래동화 같은 음력만의 맛과 향.

입동을 지나 소설 대설,

동지에 소한, 대한.
입춘과 경칩. 그리고

청명 한식날이 그러하고

하지에 처서와  백로는 또 어떠한가.
24절기.
먼 먼 훗날에는 화석 같은 날들이 되겠지.


한 해가 시작되며 첫 보름이자

보름달이 뜨는 날.

어제, 말린 나물에 토란대, 아주까리,

시래기나물을 불리고

삶고 데쳐 놓았다.

본래의 그 자리인

산내음 들내음이 솔솔 기지개를 켠다.

그리고 찹쌀과 팥, 콩, 수수, 차조.  

어린 날엔 절기의 멋을 알지 못했지만  

어느새 먹은 세월만큼 오래된 풍습에

마음이 절로 기울어진다.


붉은 그리움을 담아 올해의 첫 보름달에게

다시 소원해 봐야지.

달아 달아 밝은 달아.....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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