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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희 Feb 17. 2020

黑山,  '자산어보'

  이 소설은  정약전이 그 시대에 어떤 죗값으로 거기에 가게 되었는지, 유배 간 곳에서의 일상을 려냈, 팩트와 픽션을 넘나 든다.


작가는 소설 <黑山>에 대해  억압과 부자유의 소산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밝다. 인간의 인함과 더불어 숨기고 싶어 하는 불편한 진실을 낱낱이 뒤집어 보여준다. 우리는 김훈작가의 글쓰기 스타일을 이미 알고 있듯이 여기서도 명징한 언어에 집착하며 연구하여  말의 핵, 그 본질에 접근한다. 건조하지만 그 문체 안에서 인간의 본성과 주변 사물을 매섭게 노려보는 작가의 눈빛이 보인다.


정약전  자신의 책을 '흑산어보'가 아니라 왜 '자산어보'라고  지었을까. 거기에 대해  黑은 그저 깜깜하고 어둡다. 그러나 자산玆山의 '玆'는 검을 자, 흐리고 어둡고 깊다는 뜻과 함께 '玆'는 또, 지금, 이제, 여기라는 뜻도 있다, 지금, 여기라는 뜻처럼 어느 시대라도 종교와 정치의 속성은 여전히 어둡고 길이 훤히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주 깜깜하지는 않은 옅으나마 희망을 주고 싶어 흑산이 아닌 자산이라고 친절한 설명 책 안에 소상하게 밝혀져 있다.


소설  시대의 천민과 양반의  실과 상상하며 생생하게 읽히게 한다. 들의 은밀한 남녀관계. 양반의 아랫도리는 적으나마 품위 있게 표현했지만  평민과 노비들의 아래묘사한 부분에서는 그들의 속된 말테일하게 잘 살려내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을 하는 장석주, 그는 <흑산>을 어떻게 느꼈는지 찾아 보았다. 내게 와 닿은 문장을 간추려 보았다. 이 책에 대해 더 친절한 설명이 될 것 같아 옮겨 본다.


" 정약전은 유배지에서 사는 것과 죽는 것의 하찮음, 세상에서 뜻을 세우는 것의 허무에 이르는데, 이 허무는 곧 작가의 허무다. 그래서 작가는 제 몸을 깨고 부수는 매질이 지식인의 내면 형질을 어떻게 바꾸고 그것이 세상의 변동과 연결 지어지는지를 굳이 따지지 않는다......(중략) 아울러 <흑산>은 문장의 밀도가 높고 단숨에 읽히지만 문학적 성취는 '칼의 노래'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작가는 계통과 질서가 무너진 현실 앞에서의 허무주의, 여성이 남성의 필요와 욕구의 도구가 되는 것을 당연시하는 위험한 마초의 발상들, 밥과 존재의 비루함을 맞바꾸어야 하는 삶의 곤혹을 되풀이한다.  / 장석주



 

으로  <흑산>, p347에 있는 이 문장을 담아보는 것으로 내 상을 맺는다.

".. 지나고 나면 지나온 길은 눈비 속에 지워졌다.

이 세상에는 보지 않은 길이 더 많을 터인데 가보지 않은 길이  가보지 않은 자리에 그렇게 뻗어 있을 것인가. 마노리는 늘 궁금했다. 그래서 길은 그 위를 지나갈  때에만 확실히 길이었다..."


소설 속 마노리의 말이 맞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닌 누구라도 직접 보고 듣고 가 본 곳만이 확실하게 기억에  있다. 내가 읽지 않은 것, 맛보지 않은 것, 만져 보지 않은 것 , 가보지 않은 곳, 그 길 위에 서 보지 않고 경험해 보지 않은 것들의 막연한 추측은 추측만으로 끝이 난다.

오래 전에 읽은 책이라 기억을 더듬어 쓰자니 허술한 점이 많다. 그래도 이렇게 써 놓지 않으면  정약용, 정약전 두 형제의 위대함이 내 기억 속에서 퇴색될까 싶어 적어 보았다.




** 마노리란  마부. 북경에 가는 사신들의 말을 돌봐주는 마부.

** 정약전은 실학자 정약용(若鏞)의 형으로 천주교를 믿어 1801년(순조 1) 신유사옥 때 흑산도로 귀양갔었다. 1814년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직접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하고 중국과 우리나라의 문헌을 참조하여 이 책을 만들었다. 어류·패류·조류(藻類) 및 해금충수류 등 수산 동식물의 분포형태, 습성 등이 실려 있다. 흑산도의 '흑'을 '자'라고도 한 데서 책 이름이 나왔다.

  인류·무린류·개류·잡류로 구분하여 권1에는 인류를, 권2에는 무린류·개류를, 권3에는 잡류를 수록했다. 인류로 분류된 것은 면어(鮸魚 : 민어)·치어(鯔魚 : 숭어)·노어(鱸魚 : 농어)·강항어(도미)·벽문어(고등어) 등 70여 종(種)이며, 무린류는 분어(鱝魚 : 홍어)·돈어(魨魚 : 복어)·오적어(오징어) 등 40여 종, 개류는 해구(바다거북)·해(게)·합(조개) 등 60여 종이다. 잡류는 물고기는 아니나 바다에 사는 동식물을 해충·해금·해수·해초 등 4항목으로 구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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