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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조심

by 이영희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 함민복


뜨겁고 깊고

단호하게

순간순간을 사랑하며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바로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데

현실을 딴 전

딴 전이 있어

세상이 윤활히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초승달로 눈물을 끊어보기도 하지만

늘 딴전이어서

죽음이 뒤에서 나를 몰고 가는가

죽음이 앞에서 나를 잡아당기고 있는가

그래도 세계는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단호하고 깊고

뜨겁게 나를 낳아주고 있으니






조심조심

- 잠자는 물고기


반짝거리며 맞이하는 날이 있고

시든 채소처럼 시작하는 하루도 있다

세상인심이란 기쁨을 나누면 질투가 따라오고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따라온다고 하네

반짝인다고 한껏 기분을 휘날릴 수 없듯이

침침하다고 종일 우울하게 뒹굴 수 없는

헛간 같은 마음에도 틈새는 있어 가늘지만

한줄기 햇살이 가슴 저 밑을 관통한다

흐리고 엷은 빛을 조심조심 확장시켜본다


IMG_20200607_1.jpg 사진에서 그림으로(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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