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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희 Jun 27. 2020

까딱하면



수영장이 다시 개방되었다.

두 달여 쉬는 동안 운동부족으로 애들 말대로

살이 확~찐자로 배 둘레도 얼굴도 펑퍼짐으로

내 몸무게는 거의 3키로가 늘어 있다.


10년째 매일 물속에서 놀다 보니 함께하는

사람들과 가까워진지도 오래다.

나는 자유형과 배형으로 30분 정도 돌고는  

걷는 레인으로 들어선다. 낮시간 대라

젊은 사람들도 있지만  평균 7~80대의

할머니들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못 나눈 소소한

집안 이야기며 물속에서 걷고 뛰며

정치, 경제, 사회, 연예계까지 두루두루 담소를 나눈다.


어제는 79세 된 분께서 심란한 말투로 이렇게

이야기를 꺼냈다.

" 이젠 까딱하면 백세 너머까지

사는 게 당연할 거야. 복이 아니라 재앙 같아"


이 말을 듣는 같은 세대의 사람들의 표정이

시무룩했다.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

코로나를 잘 이겨내고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운동하러 나오지만 110.120까지 살아낸들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싶은, 이런저런 말씀들을

삼삼 오오 짝을 지어 나누신다.

의술의 발달로 임플란트에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대부분 하신 분들이다.

온갖 시술에 약물요법까지.

아주 몹쓸 병이 아니면 100살은 무난할 것이다.


장수하는 것에 대한 그분들의 마무리말씀은

한결같이 그래도 죽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다 가자는 결론.

하지만 죽는 날까지 건강하자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다.

나 또한 안락사나 심장마비가 아닌 이상  

오래오래 병원이나 시설에서 시름대다가 뼈만

남은 채 저승길로 갈터인데...


집에 와서도 79세 할머니의 말씀이 귓가를

맴맴 돌았다. 까딱하면 정말 까딱하면, 왠지

호환. 마마. 전쟁보다 무서워지는.......


물감&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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