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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은 많지만 무던하게
잠시 밖의 근심은 내려놓고
by
이영희
Nov 23. 2020
한 달에 세네 권 정도 수필집, 산문집이
때론 시집이 우편함에 꽂혀있다. 아는 이름도 많지만
생소하고 얼굴도 모르는 분들인데 거기 문인협회에
새겨진 주소로 보내오는 책들.
2주 전에도 두 권이, 그제도 *낙타의 등*과
*그 나무는 알고 있다* 가 내게 찾아왔다.
작가들은 한결같이 용기를 내어 자화상 같은
글을 모아 모아 엮었다며
겸손과 뿌듯함으로 머리말을 장식한다.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책을 내셨냐"고.
나는 쉽지 않다, 고 말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그냥 있는 글들 추려서 내세요, 하며 정말
그 일이 아무것도 아닌 듯이 말을 한다.
과연 그럴까. 그렇게 자신 있어도 되는 걸까.
어떤 이는 당신보다 못한 글들도 산문집, 시집이란
명칭으로 내는 사람들 많고 많은데, 이제는
낼 때가 훨씬 지나지 않았냐며 용기를
주는 건지 게으름을 나무라는 것인지, 그
말들이 아리고 쓰릴 때도 있다.
여기 브런치에서도 글 쓰는 이들을 위한
기획을 편성하여 글을 엮어 공모하면
그중에 선택된 사람들에겐 소중한 책으로
만들어준다며 홍보에 열심이다.
그렇게 뽑혀서 서점에 나온 책들은
제목도 생기 발랄하며 표지도 명랑만화처럼
알록달록 눈길을 끈다.
열심히 쓰고, 사진과 동영상도 멋지게
편집해서 올리는 이곳의 많은 작가들.
꼼꼼하며 부지런함에 매일이 볼거리,
읽을거리로 내 눈길은 바쁘다.
한 가지 주제로만 쭉쭉 이어가는 일도
쉬울 것 같지만 상당한 끈기와 집중을
요하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고양이 동물 한 가지로만 올려지는
그림과 사진들. 또는 여행 중이거나 그동안
발길 닿은 자취를 거슬러 광활한 풍경 안에서
인간과 자연의 어우러짐을 새록새록
반추하는 이야기들. 어느 분은 그림 전시회,
공연예술에 대한 에세이. 또는 현대와
오래된 전설과 기록된 역사를 오가며
동화로 엮어 감동과 지혜를 선사한다.
그리고 외국에 살며 겪는
서구의 감춰진
국민성과 인종차별에 대한 민낯을 그린
치밀하며 꼼꼼한 그녀의 기록은
책으로 엮어 곧 나올 것 같은 예감이다.
정말이지 요즘처럼 세상이 수상하게 돌아가는
때에는 바깥으로
쏠리는 마음을 거두어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세월 따라 면역력이 떨어지고
이것저것 챙겨 먹고 운동을 하여도
여기저기 약해지는 것을 느낀다.
더구나 이렇게 온통 마스크로 덮인 세상 속에서
정신마저 피폐해지면 스스로에게 민망하지
않을까 싶어 내 마음속 작은 불씨가 꺼지지 않게
갈증과 결핍의 뿌리를 살피며 다독인다.
이곳에 글을 올리며 드는 생각은 한결같다.
글을 지을 때 가장 꺼려야 할 일은 무엇일까.
마음이 거칠거나 빨리 성과를 이루려는 욕심을
버려야 함은 물론이겠거니와 조바심도 문제다.
그것은 수고와 땀은 멀리하고 열매만 얻으려는
얄팍함이다. 특별히 탁월한 이해력도 있어야 하며,
자유롭되 격조있게 쓰기가 쉽지 않다.
2단계로 다시 올려진 코로나 방역.
보이지 않는 철창 안에서 그나마 표출하고
탈출이 용이한 것은 작가들이 열심히 고뇌하고
사유한 결과물.
이곳 브런치 안의 글들과 내게 찾아온
책들이 있어 밖의 근심은 내려놓고 안의 정신을 세워 읽는다.
오일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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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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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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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있습니다. 그림을 즐깁니다. 수필집 <자궁아, 미안해> 2022년 봄,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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