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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희 Dec 15. 2020

또 하루가

고만고만한 살림살이들이 모여사는 다세대

촘촘하게 들어서 있는 원룸, 투룸,

조금 더 큰 평수의 빌라들,

여기 어디쯤에 둥지를 틀어 살고 있다

 

지금, 저쪽 큰길엔 다급한 사이렌 소리가

새벽을 연다  좀 더 밝아지면 바닥에 허옇게

일방통행 글씨가 새겨진 저 아래 어디쯤에선

아스팔트 쪼개는 꽈다다다 꽈두두두 드릴소리

그리고 저 윗 골목에선 집 짓는다고

콰랑콰랑 크렁크렁, 밭은 숨을 내쉬며 큰 트럭과

빙글빙글 돌며 들어서는 레미콘을 향해,  

더더더더 아니아니 안쪽으로, 왼쪽으로,

그래그래 뒤쪽으로 하며 좁은 골목으로

안내하는 인부의 고함소리로 채워질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집안에서 쓰지 않는 가전제품,

에어컨 냉장고 피아노까지 산다며 젊은 여자

목소리가몇 블록이나 떨어진 먼 곳에서부터

점점 가까워질 것이다

또박또박 정화된 표준어로 오래된 것들엔

어울리지 않는 신제품 같은 멘트는 어떻게

녹음되는 것일까

듣다 듣다, 참다 참다 울화통이 터지기 직전,

그녀의 목소리는 덜컹이며 낡은 트럭을 몰고

멀어간다 타이밍이 절묘하다


때론 날것 그대로의 쇳소리로 감자 고구마

양파와 배추, 쪽파 대파가 왔다며 남자는 더는

소리가 쉴 곳 없이 득음의 경지로 절박한

법으로 지나간다


살고자, 살고자 하는 소리들이다

소음공해란 말이 있지만 그래도 여기가 좋다


또 하루가 밝았다

살아보자

오일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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