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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희 Feb 15. 2021

반듯하게 애뜻하게

1

사각탁자들

면과 면이 만나 모서리가 된다

머리를, 무릎을 찧고는 눈물이 찔끔

누가 만들어 누가 갖다 쓰는가

무엇에, 어디에 대고 화를 퍼부으랴


둥굴둥글

얼굴과 얼굴이 만나면 더

둥글러져야 하건만  

한마디 한마디 심장에 대못을 박

박은 사람과 박힌 사람

오죽하면으로 시작하여

하필이면 왜 나야,

삶이 이러면 안

큰 못  작은 못 살살 빼낸다 그래도

박힌 자국이 까맣. 종이든 실리콘이든

구멍을 메꾼다 

인간들이란 참으로 어지간하다



2

하늘도 재주 있는 자는

시기한다고 곧은 나무

베임을 먼저 당한다지

그 화를 면하고자 가지를

애써 구부리고 낮췄으나

도끼질을 피할 길 없었네

구부려도 드러나는 곧음은

기어코 베어져 지팡이로


언제 짱짱하게 곧아 본 적 있었나

베어져 후세에 이름이라도 남기게

수그리고 구부러져 지팡이 되어

세상 속 누군가의 눈이 되고 발이

된다면 그것도 괜찮겠지만,  정치든

경제든 이 세상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막강한 힘, 그 밑에서 과속과 가식으로

반성도 없이 높은 장관자리 차지한

쩨쩨한 얼굴들이 진저리쳐진다


3

동물원 사육사가 핏덩이 호랑이 새끼,

판다 새끼, 원숭이 새끼들을 키워낸다

그들의 어미가 돌보지 않는다 어떤 어미는

새끼를 죽이기까지 한다 그 장면이 잔인하다

말할 수 있을까 망가진 생태계와 가짜 자유를

그들도 이미 안다 힘들이지 않아도, 수 백

킬로를 신선한 풀을 찾아 걷지 않아도

온전히 매일 차려지는 밥상에 과연 만족할까

사방 철창으로 갇힌 우리 안에서 죽을 때만 기다리며  대대손손 눈요깃감으로 

생을 마감할 자식새끼를 키우고 싶을까


사람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출산장려를

열심히 홍보하지만 각박한 사회구조 안에서

젊은 이들이 살아남기가 얼마나 힘이 들면

아이 낳기를 포기하겠는가

태어날 때부터 돈으로 시작해 죽을 때도 병원에

돈을 지불해야 하는 시스템이 노예 인형 공장에

갇힌 기분이 들것이다 경쟁이나 약육강식

동물이나 인간세상이나 다를 것 없지만

처절하게 야비하게 망가져가는 과도한

경쟁으로 자손을 이어가기엔 지구촌이 더는 적합하지 않기에...

.

.


계절은 어김없이 흐르고

이른 봄비가 추적거렸다

나뭇가지들은 이미 훈훈함을 감지하고

부지런히 위로 위로 수액을 나르겠지

나는 이곳에 들려 두번째 새해를 맞이하며

생각나는 대로 끄적이곤 꽤나 작가인 척,

살아 있음을 확인뜨거운 커피 한 잔,

옆에 놓고 저기 첫 줄부터 다시 읽어보니

허술한 문맥들 애뜻하게 반듯하게  좀 쓰자




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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