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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온 편지

by 이영희


한가위에

당신들이 그곳에서 노랗고 둥근

나를 보둣

나는 크고 멋진 지구를 봅니다


여기는 꽃, 새, 나무와 물도

공기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당신들은 나를

정성 들여 어여삐 여깁니다

여기서 보는 푸른 달은

상상이상으로

크고 아름답게 둥실 떠 있는데

.

.


생명체라곤 하나 없는 내게

정화수 떠 놓고 빌기도 합니다

이곳의 나는

푸른 달을 보고 소원합니다

당신을 닮고 싶다고


물론 그 속의 추저분한

인간들이 아닌

여린 풀꽃과 아주 작은

연못 하나라도 갖게 해달라고

당신들이 한가위 날,

삭막한 나를 보며 정녕

더 무엇을 갈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여기보다 가진 것이 무진장한

푸른 달님 속 인간 들이여

제발

같잖은 욕심들 내려놓

.

.

.


아크릴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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