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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희 Feb 03. 2024

2월에


새해를 맞으며 올해는 이런저런 일을 계획했으니 소망한 것들이 잘 이루어지게 살펴주시고 도와달라며  작년처럼 두 손 모았었다.
 

하지만 아직 이 나이까지도 입 밖에 내기에 거북할 정도의 소소한 욕심을 신께 버젓이 간구하기엔 나의 신을 괴롭게 한다는 생각에 부끄러웠다.

신을 제대로 추앙하고 대접하고 싶다면 그 거룩한 이름을 수시로 불러내어 신께서 나를 귀찮아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적으나마 복된 일일 텐데.

더 힘든 상황에 처한 지구촌 사람들을 위해 신이 그들의 기도에 귀 기울 수 있도록 말이다.

불치병이나 지독하게 고단한 삶이 아니라면  이제 신을 놓아줘도 될 것 같다. 사실 신들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다. 얼마나 어리석고 욕망덩어리며 이기적이란 걸.

그러니 신에게 이래라저래라,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결과만 좋게 해 달라는 유치한 소원을 들어주십사 하지 말자. 신들이 보시기에 얼마나  우습고 같잖겠는가.

이 부끄럼을 모르는 기도를, 하나님께 부처께 명령하듯이 자식에게 편과 나에게 머물러 달라며 오늘도 오로지 내 가족만을 위해,  십자가 아래 무릎 꿇고, 부처님 앞에 백팔배를 하는...... 

내 기도에  원하는 바대로 움직일 만큼 한가하거나  통찰과 안목이 뒤쳐지는  분들이 결코 아을 잘 알지 않은가. 그러니 기도나 기원은 부활했다는 예수와 생로병사를 깨달은 부처가 이미 예전에 다 했으며, 차원 높게 격조 있게 나보다 기도를 더 간곡하게 했었다.
 

인류를 위한 기도는 구약과 신약, 팔만대장경, 그 엄청난 약속과 바람에 맡기고
그저 소시민인 나는 소소한 일상이라고 함부로 움직이거나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오늘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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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5월, 10월, 올해 마막 달까지 내가 나를 채찍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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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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