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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희 Feb 06. 2024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어제 강의실에 가며 떡을 포장해 갔다.
방배동의 유명 브랜드인 구름떡.
설 명절 전에 회원분들과 조촐한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어제의 수업 내용은 70, 80년대를 장식했던  *편지*에 대한 대중가요와 영화의 배경 음악으로 우리가 잘 아는 시인의 노래에 나타난 연인들의 이야기.
 
어니언스가 1974년에 발표한 노래, 애절한 편지로 시작하여
1986년, 김광석이 불러서 더 알려진 이등병의 편지.
그리고 정호승의 시에 음표를 붙인
1987년의 <부치지 않은 편지>와 극장가를 붐비게 했던 장미희 주연의 1977년 영화 겨울여자 속
<눈물로 쓴 편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황동규 시인이 1961년에  발표한 시,
<즐거운 편지>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더 절절하게 장식해 주었다.
젊디 젊은 시절에 쓴 시인의 너무나  성숙하고  깊은 산속 도인 같은 감성에 놀라움과 함께 먹먹하다. 시인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타고나야 함을 새삼 가슴에 알알이 박혔다.
.
.
요즘은  편지지에 자기만의 고유한 필체로 사연을 전하는 사람이  사라진 지 오래지만 그래도 손편지와 이메일의 공통분모는 활자를 적어나가는 것에 있음에 편지라는 설레는 단어는 오래오래 추억과 기억을 소환해 줄 것이라 생각된다.

여기 이렇게 내가 브런치에 일기처럼 남기는 활자도 먼먼 어느 날 더 나이 들어 뒤져보며, 이런 글도 있었구나, 하며 미소가 번지겠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세세한  나만의 역사 기록으로 남는...

 글을 맺으며 정호승 시를 김광석이 부른 *부치지 않은 편지*와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를 적어 본다.

• 부치지 않은 편지
                                  정호승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노래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
이 시에서... 꽃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에서 꽃은 사람에 비교해
사람은 태어나긴 쉬워도( 태어나는 건 본인의 의지가 아니므로).. 사람이 아름답게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그리고 산을 입에 물고 날아가는 눈물의 작은 새여... 이 구절은 또 어떤가... 정호승 시인의 세밀한 깊은 눈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 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메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긴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여전히 사랑하면서 죽어간다는...
진행형은 추억이 될 수 없다고 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 영화는  감독이 황동규의 이 시, 즐거운 편지를 주제로  만든 영화로 더 유명하다.
한석규가 살짝 미소 짓는 영정사진을 직접 찍는 장면은 또 얼마나 아리고 저리게 했던가.

억과 추억....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리오다**
김소월의  역설법의 그 시가 지금
이 새벽에 나는 막막 떠오른다.
....
.
.

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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