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후기까지 767쪽으로 방대한 이야기는 끝난다. 길고 긴 소설이지만 이번 작품은 귀신 씻나락 까먹는 비유에 딱 맞다. 작가의 명성에 한참 뒤처지는 느낌?!. 이야기를 꾸며내느라 힘을 너무 쓴 것 같은... 작가 자신도 페이지 중간중간에 변명을 하곤 했다.
P151에 하루키는 이렇게 적고 있다. "... 이곳은 온갖 가짜 이야기로 가득하죠. 이 도시로 말할 것 같으면 구성부터가 모순 투성이고요.... 그건 결국 나와 너 둘이서 여름 한 철을 들여 만든 상상 속 가상의 도시에 지나지 않으니까...." 작가의 머리에서 손에서
"일단 움직이기 시작한 이야기의 힘은 제어하거나 변경할 수도 없다. ....누구도 할 수 없다.."
그러니 딴지를 걸지 말라고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경고까지 한다.
이쪽 세계와 저쪽 세상. 이승과 저승. 여기와 거기. 실체와 그림자. 평행 우주와 또 다른 다중 우주론. 여하튼 삶과 죽음, 그 너머의 온갖 상상을 확장할 수 있게 하루키는 꼼꼼하게 설계했지만, 크게 와닿는 것이 없다는 게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의 허탈함이다.
물론 이런 감상은 지극히 내 개인적인 것일 뿐, 훌륭한 이야기로 판단하는 독자들도 꽤 있을 것이다. 하루키의 다른 소설들에 비하면 이번 작품이 좀 아쉽다는.....
그래도 시간 보내기에는 좋았다. 하루키 작가 본인이 어린 날부터 지금의 나이까지 품어온 '오래된 꿈 읽기'를 소설이라는 장르를 빌려 이렇게 길게 길게 공들여 써서 확실하게 알게 해 주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