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점방 앞에는 순댓국과 족발을 파는 식당이 있다. 그곳 여주인은 자그마한 체구지만 부지런하며 경우 바른 아주머니로 골목에 소문이 나 있다.
남편에게 소소한 전기일이며 큰 공사를 자주 맡겨 우스개 말로 집사 수준의 일을 떠맡었었다. 보상도 짭짤했다. 하찮은 일이라도 철저히 계산해 주었으며 못을 하나 박아 주어도 족발과 소주를 싸주기에 `이러시면 안 된다'고 하여도 저녁에 한 잔 하라며 주곤 하였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께서 건강상의 이유를 들면서 제부에게 가게를 넘겨주게 되었다.
제부라는 남자는 처음엔 사다리를 빌려가더니 작은 공구들을 빌려가기 시작했다. 남편은 아주머니와의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처음엔 그러려니 흔쾌히 빌려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그 남자에게 일침을 놓게 되는 일이 생겼다. 작은 공구들이야 그렇다지만 고가의 공구까지 빌려 쓰겠다는 것에 말이 되었다.
그날도 남자는 비굴한 몸짓과 눈길로 점방에 머리를 드밀더니 또 빌려가기를 원했다.
남편 왈 " 소소한 것들이야 이해가 되지만 그런 고가의 기계들은 곤란합니다. 그것은 횟집에 가서 주방장에게
회칼은 빌려달라는 것과 마찬가지며, 우리가 족발을 사 가서 당신네 고기 삶는 그 국물에 넣어서 좀 삶자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남자는 머쓱해져서 '죄송합니다, ' 하며 물러갔다.
남편은 자기 말이 야박하게 들릴지라도 할 수 없는 일이라 했다. 수십만 원, 어느 것은 백만 원대의 고가의 공구를 함부로 만만하게 쓴다는 것은 불편함을 준다고.
아주머니 있을 때는 집사처럼 그 집 일을 내 공구로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공구만 자꾸 빌려주다 보면 사정을 봐준 이쪽 인심은 사라지고 만만한 버릇으로 길들여질뿐이라 한다.
이웃 간에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나가다가 결국엔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 있으며, 서로에게 더 서운함을 느끼기 전에 깔끔하게 안 되는 것은 안된다고 정리를 해 둬야 한다고.
남편의 일이니 내가 관여할 것은 아니다. 마침 그 시간에 상황을 지켜본 나로서는
이렇게 글로서 한쪽 남겨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