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by 이영희


너의 희망이 뭐였니

라떼는 말이지 대부분

선생님 아니면 간호사

꼭 그렇게 되고픈 것도 아니야

큰 애정이나 관심도 없이

아무 따나 물어보는 것 같은 질문에

그저 그런 답을 하는 것 같았지


때론 건너 건너 줄에 앉은 애의

당찬 희망도 있었어

노벨상을 타는 자연 과학자

또는 판사나 검사

듣기에 장래희망다웠어


진짜 희망?

좀 더 머리 굵어지니

소설을 써보면 어떨까 했어

그런데 그게

글짓기란 게 누구라도

믿을 수 있게 그럴듯한 말 짓기에

타고난 뇌는 물론 상상력이 남다른

소질을 가져야 했어


생활 속에서 우리는 거짓말을

몇 분에 한 번씩? 한다고 들었어

맞는 말이야... 사소한 것에

능청스레 자연스럽게

그런데 글짓기는 그게 아니야

말과 글이 다르다는 게

절절하게 박히지

핍진성!!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단어인지

알고 나니 다시는

입밖에 내지 못했어


그 시절

현모양처라고 대답하는

애들도 있었어 과연 현모의

교육관은 알고나 있었을까

양처의 처세를

제대로 본적이나 있나


이제는

금쪽같은 개나 고양이에게

양질의 먹거리와 최고의 시설로

보듬는 그들의 현모賢母가 되는

세상이 되었네

양처良妻라는 단어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


14살과 7살 고양이 두 마리

선생도 간호사도 소설가도 못되어

까불이와 뚱이

녀석들에게 현모도 되었다가

때론 양처가 되었다가

이 풍진 세상을 건너가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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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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