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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엔딩

by 이영희



거리를 걷다가 잠깐
스쳐 지나치는 묵은 여인,
또는 발랄한 여학생을 볼 때
그리고 가로수나 느티나무의
부드럽고 힘찬 싹이 옹긋 쫑긋
내미는 모습

해마다 보는 풍경인데 방금
스친 사람들의 표정에서 살아온
일생, 또는 살아나갈 삶을
상상하며 압축해 보거나
우러러보았던 나무의 전체를
짧은 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봄이라는 계절이 주는 기운
그 안에서 인간과 새싹을
감싸는 고물고물

아지랑이 같은 신묘한

아우라를 내 작은 뇌용량으로

쥐어짜도 표현할 길 막막하다

고작 한컷 사진 속의 나를
스케치하고 오일파스텔로

.

.
저 꽃은 화라락 피고

다시 화르르 지니, 벚꽃엔딩

해마다 서글프네...


.
.

오일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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