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겠다

by 이영희

<스며드는 것>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안도현


*

*



옛 선비들의 집안에 게 그림이 없으면

그 집안은 선비 집안 취급을 안 해 주었다고 한다.

왜 그런가 하니,

이 게라는 동물이 무척 신기한 놈인지라,

눈은 앞을 보면서 옆으로 걸어가니

사람의 가식적인 행동을 보여주며

유일하게 내장이 없는 동물이고

살이 안에 있고 뼈가 밖에 나와있는 동물인지라

남들과 달리 겉모습을 숨기고

속을 드러내며 속이 허허 비어있는 녀석이니

어떤 면모에서는 사람과 닮았더라.

그래서

선비들이 농을 던지고

이야기를 이어나가다가

소재가 고갈되었을 때,


"이 게 그림을 좀 보시오. 이 게라는 놈이 참 신비한 동물 아니오?"

하면서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불쌍한

게장

그리고

이중

삼중 사중의 인격

나 그리고 당신

어쩌란 말이냐

어쩌란 말이냐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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