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귤

by 아무




8월 어느 날, 농림축산 식품부에서 카톡이 왔다.

'농림축산 식품부?'

나는 의아했다.

그리고 카톡 메시지를 열어본 뒤에도 여전히 의아함은 남아 있었다.


[동물등록 변경신고 안내]


라는 제목이 붙은 메시지였다.


반려견을 등록하신 소유자 중 변경신고 대상이신 분들은 30일 이내 신고하셔야 합니다.


*변경신고 대상(30일 이내)

-등록동물을 잃어버린 경우(예외, 10일 이내)

-소유자의 성명, 주소, 전화번호가 변경된 경우

-등록동물이 죽은 경우

-잃어버린 동물을 다시 찾은 경우

-무선식별장치의 분실, 차손 등으로 재발급해야 하는 경우


*7월 19일부터 9월 30일까지 동물등록 자진신고 기간으로 해당 기간 동안 과태료가 면제됩니다. 기한 내에 신고하지 않을 시,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완전히 잊고 지냈다.

우리 '귤'을 잊은 것이 아니라 '사망 신고'라는 것을...

벌써 9년 전에 강아지별로 간 우리 집 막내.

병원에서 반려동물로 등록했던 기억은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사망 신고를 해야 할까? 우리도 신고 대상이 될까?

며칠을 고민했다.

모든 것이 모호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확실히 알아보기 위해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이라는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해보기로 했다.

사이트에서는 등록 번호를 모르니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상담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다음 날도 연결되지 않았다.

다시 며칠, 잠시 잊고 지냈다.

그러다 문득 유튜브에서 귀여운 강아지 영상을 보다 우리 '귤'이가 떠올랐다.

상담센터에 전화했다. 도무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지자체 콜센터 120으로 전화를 했더니 구청에 전화하라고 담당 부서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이번에는 구청으로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신고 대상자라서 카톡이 간 것이다, 신고를 해야 한다, 등록번호를 알려줄 테니 사이트에 가입해서 사망 신고를 해라.'라고 답했다.

다시 동물보호관리시스템 사이트를 열었다.

사이트에 가입을 하고 로그인한 뒤, 보호자 이름과 등록번호를 입력하고 반려동물을 조회했다.


생년월일 2005년 12월 10일

등록일자 2010년 00월 00일 (기억 안 남)


여러 가지 입력하는 칸이 있었다.

'등록동물 사망'이라고 적힌 칸을 클릭했다.

사망일자는 2012년 12월 10일로 지정했다.

사실 날짜는 정확하지 않다. 그때가 추웠다는 것만 기억한다.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의 날짜가 12월 초였다. 그래서 그냥 생일과 같은 날짜로 입력했다.

증빙 자료를 첨부하는 칸이 있었지만 내게는 첨부할 증빙 자료가 없었다.

사유에는 상세하게 적으라는 주의사항이 있었지만 '병사'라고 간단하게 썼다.

'유선 종양'이라고 쓸까, 하고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병사'라고만 썼다.

그리고 '수정' 버튼을 눌렀다.

'정말 사망신고를 하시겠습니까?'

머뭇.

'확인' 버튼만 누르면 변경 신고는 끝이다.

단지 형식일 뿐인데도 망설여졌다.

이미 9년이나 지났다.

그냥 형식이야, 하고 '확인' 버튼을 눌렀다.

마지막으로 본인 인증을 하고 나니 모든 절차가 끝났다.

어쩐지 뱃속이 싸하고 몸 안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간 느낌이 들었다.

나는 확인을 위해 메인 페이지에서 다시 보호자의 이름과 등록번호를 입력하고 '조회'를 눌렀다.


해당 번호로 등록된 개체가 없습니다.


뭐라고?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하......

사망 신고가 기록 삭제였어?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어이없고 황당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고작 이러려고 과태료니 뭐니 해서 신고하게 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울었다.

그냥 눈물이 났다.

보고 싶었다.

머리도 쓰다듬고, 같이 놀고, 같이 자고, 그저 서로의 곁에만 있어도 좋았었는데......

새삼 고맙고 미안했다.

언제나 우리의 기쁨이 되어주었지만 괜히 우리 가족을 만나 외롭고 아프게만 한 것 같아서......


그래, 서류고 형식이고 절차가 다 무슨 의미야.

내 마음속에, 우리 가족의 마음속에만 네가 잘 있으면 되지.

그렇지, 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로망, 에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