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보러 왔어요?”
“응, 너는?”
“저도 공연 보러 왔어요. 혼자 왔어요?”
“응, 너는?”
“저도요.”
“그렇구나. 남자도 혼자 공연 보러 다니는구나.”
“그럼요.”
C는 공연장 쪽을 한번 돌아봤다.
P의 얼굴이 그려진 대형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인다.
조금 쑥스러운 듯 말을 이었다.
“사실 제가 엄청 좋아하거든요.”
C에 대한 내적 친밀감이 조금 상승했다.
소소가 웃으며 말했다.
“나도 좋아해.”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웃었다.
“이번 무대 진짜 예술이래요.”
“누가?”
“제가 공연 기획하는 게 꿈이라고……, 기억 못 하시겠지만.”
“미안."
소소는 낮게 읊조렸다.
“에이, 뭐가 미안해요. 아무튼 다행히 지금 그쪽으로 일을 시작했거든요. 근데 우리 협력 업체가 이번 공연에 참여하게 됐대요. 그 업체 사람한테 들었는데, 이번 공연은 무조건 가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엄청 힘들게 티켓 구했어요.”
환하게 웃으며 조잘대는 그가 귀엽기고 하고 어쩐지 당당하고 의젓해 보이기도 했다.
“자리는 어디야?”
C는 몇 번 터치한 후 스마트폰을 내밀고 화면을 보여주었다.
“여기, 1층 8구역 13열이에요.”
“우와, 1층이네."
"진짜 힘들었어요."
소소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매님은 어디예요?”
“나는 여기. 완전 반대편”
소소도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스탠딩?”
“응.”
“힘들지 않겠어요?”
“괜찮지 않을까?”
“해봤어요?”
“아니.”
“이 가방은 어떻게 하고?”
“나중에 저기 물품 보관소에 맡길 거야.”
소소는 미리 봐 둔 물품 보관소가 있는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저기. 근데 벌써 피곤해 보이는데?”
“아침에 기차 타고 와서 그래.”
“아직 거기서 일해요?”
“거기?"
소소는 잠시 '거기'에 대해 생각했다.
"아, 아니. 나 그만뒀어."
“언제요?”
“한 3년쯤 됐나?”
"그럼 뭐하는지 물어봐도 돼요?"
"나 일인 출판사 시작했어."
"와, 정말요? 축하해요."
"고마워. 근데 이게 축하받을 일인지는 잘 모르겠네."
소소는 머쓱한 듯 웃었다.
"왜요. 잘 된 일이잖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건."
“하고 싶은 일을 하고는 있지만 역시 직장처럼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지 않으니 계속 불안과 친구처럼 지내야 하더라고.”
“그래도 거기에 있을 때보다는 얼굴이 좋아 보여요.”
“그래? 고마워. 그리고 너도 축하해."
“저는 왜요?”
“너도 하고 싶은 일을 시작했으니까.”
"저는 아직 축하받기엔 일러요."
"왜? 너도 꿈을 향해 첫걸음을 내디뎠으니 축하받을 일이지."
"그런가?"
두 사람은 순간 눈을 마주치고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우리 둘 다 축하를 온전히 받지를 못하는구나."
"그러게요."
"서로가 서로에게 온전히 축하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또 만날까?"
"좋아요!”
“그나저나 신기하네.”
“그렇죠? 너무 신기해. 어떻게 이렇게 우연히 딱 만났지?”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될지 정말 상상도 못 했어."
"진짜 놀라운 사실이 뭔지 알아요?"
"뭔데?"
"우리 진짜 그때 약속처럼 딱 7년 뒤에 만난 거예요"
"몰랐어. 세상에."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세월이 참…….”
"근데 저 안 보고 싶었어요? 저는 진짜 많이 생각했어요. 7년 뒤에 꼭 만나고 싶다고 자주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아까 매님 발견하고 진짜 놀랐잖아요."
“나도 가끔 네 생각했어. 그런데 연락처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데, 진짜 서울에서 만나는 게 가능하겠어? 했는데, 이게 가능하네. 진짜 우연일까, 아니면 필연?”
소소는 마지막에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C가 시원한 커피가 든 유리잔을 들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장난스럽게 말했다.
“다음 우연 또는 필연을 위하여!”
소소도 자신의 유리잔을 들고 진지한 표정과 장난 어린 말투로 응했다.
"서로의 완전한 축하를 위하여!"
‘이번 정류장은 000입니다. 다음은 교대역입니다.’
‘앗!’
소소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하마터면 정류장을 지나칠뻔했다.
작은 가방 말고 다른 짐은 없었지만 습관대로 혹시 흘린 것은 없는지 확인하고 정차 버튼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