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어느 날 오후였다.
유난히 한가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오후였다.
소소는 주방을 어슬렁거리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혼자 근무하는 날이면 점심 식사 메뉴가 더욱 고민스러웠다.
점심이라기보다 흔히 ‘점저’라고 말하는 애매한 시간이었지만 하루에 한 번뿐인 식사 시간이었기 때문에 대충 먹고 싶지 않았다.
배달 어플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결국 선택하지 못하고 잠시 냉장고에 기대어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주방에서는 보이지 않는 계산대에서 의자 다리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울렸다.
손님이 왔음을 깨닫고 휴대폰을 바지 뒷주머니에 넣었다.
주방을 가로질러 성큼성큼 계산대로 걸어갔다.
중년의 두 여인.
마른 체구의 여성은 등을 돌리고 테이블에 놓인 메뉴판을 들여다보는 중이고, 그 옆에 조금 풍만한 여성은 반대로 앉아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소소를 흘긋 보았다.
“주문 결정하고 불러주세요.”
하고 말한 뒤, 소소가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풍만한 여성이 소소를 향해 난처한 듯 말을 꺼냈다.
“저기…….”
“네? 바로 주문하시겠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여인의 용건을 알리가 없던 소소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 혹시 여기에 모니가 일했다고 하던데.”
“아, 모니요.”
“예, 모니요.”
“네, 일했었죠. 한 달쯤 전에 그만뒀는데,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실은 제가 모니 엄만데요.”
“아, 네……, 그러시구나.”
소소는 속삭이듯 대답했다.
“모니가 며칠째 연락이 안 돼서요. 혹시 연락이 되는가 하고…….”
그 순간 소소의 머릿속에 여러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누군가를 해치려는 모니의 모습과 누군가에게 가해를 당하는 모니의 모습, 뉴스가 보도되는 장면이 뒤죽박죽으로 나타났다 사라진다.
거기에 두문불출 은둔 중인 모니의 모습도 뒤엉켜 보였다.
동시에 과연 이 여인은 진짜 모니의 어머니가 맞을까, 하는 생각도 한 구석에서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진짜 어머니라고 해서 무작정 그에 대해 알려줘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도 뒤따랐다.
사정없는 집안이 어디에 있겠냐만은, 안타깝게도 가족이라고 무조건 신뢰할 수도 없는 세상이다.
소소는 어쩌면 자신이 소설과 뉴스로 잔인하고 안타까운 사건을 너무 많이 접한 탓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글쎄요. 저도 개인적으로 연락할 만큼 가깝게 지낸 사이가 아니라서요.”
이 말에 거짓은 없었다.
“혹시 점장님은 연락이 될까요?”
“점장님도 모르실 것 같은데요."
"점장님은 안 계신가요?"
"네, 오늘 안 계세요."
“그럼 점장님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개인 정보라서 점장님 전화번호를 어머니께 알려드릴 수는 없고,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제가 점장님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소소는 옆에 놓인 메모지 한 장을 뜯어 앞치마 주머니에서 꺼낸 볼펜과 함께 여인에게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