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하늘이 전면의 투명 통유리창으로 환히 비친다.
은행나무 가로수는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쏟아지는 햇살에 나뭇잎이 반짝거린다.
소소는 마스크를 벗고 햄버거를 싼 종이를 반쯤 벗기고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오물오물.
오늘따라 하늘이 맑다.
그러나 저 맑아 보이는 공기 속에 수많은 미세먼지가 숨어 있겠지.
휴대폰을 들어 날씨 어플을 켜고 손가락으로 화면을 밀어 올렸다.
오늘의 미세먼지 농도는 보통.
매일 보통만 돼도 좋겠군.
일회용 플라스틱 포크로 치즈 감자튀김 두 개를 찍어 입속에 밀어 넣었다.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며 의무적으로 식사를 했다.
유튜브를 켰다.
“첫 소식입니다. 오늘 오후에도 미세 먼지로 고생하신 분들 많으셨죠? 공기를 마이크로 필터에 통과시켜 걸러진 미세먼지를 종이로 만드는 신기술이 개발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오오-.
이제 공기가 좀 맑아지려나.
바이러스도 걸러낼 수 있는 필터를 개발하면 좋을 텐데.
부정적 사고와 감정을 걸러주는 필터도 개발해 주세요.
내 마음에도 정화가 필요해요.
아니, 생각의 메커니즘을 교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세요.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사람들은 정신 교육을 시켜야 해요.
아, 아니, 마음 필터가 먼저.
공기청정기처럼 마음 청정기가 시급해요.
사실 소소의 마음에는 이미 필터가 씌워져 있다.
철벽 필터.
필터 밖으로는 소소의 부정적 감정이나 생각이 새어나가지 않았다.
대신 필터 밖에는 사회생활로 학습한 사회인으로서의 소소가 활개 쳤다.
타인에게 관심 있는 척, 이해하는 척, 인정하는 척, 받아들이는 척, 공감하는 척.
그러나 이제 그 철벽 필터를 걷어내고 싶어졌다.
거리낌 없이 감정을 나누고 생각이나 의견을 주고받으며,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인정하는 그런 관계가 간절하다.
식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렇게 혼자 밥 먹으러 나와야만 겨우 멈추는 필터가 점점 노후해진다.
이따금 툭, 화, 분노, 증오, 우울, 불안, 후회, 무료함 등이 새어 나왔다.
소소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배라고 든든해야지, 하고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꾸역꾸역 다 먹었다.
앞으로 남은 노동 시간을 떠올리니 막막하다.
테이블을 정리하고 가게를 나왔다.
후우.
마음을 가다듬고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서 잠시 꺼두었던 철벽 필터의 스위치를 다시 올린다.
소소 마음에 마음 청정기 한 대 놔줘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