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어느 별에서 왔니? 2

by 아무




피피에게 연락이 온 건 5일 뒤였다.

그 5일 동안 점장 도도와 소소의 심신은 극도로 피폐해졌다.

‘오지 마’

이 말 한마디 때문에.

회사는 최대한 사측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해 도도를 닦달했다.

직장 내 괴롭힘.

마법의 단어다.

단지 직책과 직급이 높다는 이유로 가해자가 되었다.

실상을 따지자면 괴롭힌 건 피피 쪽이다.

그의 지각에는 이골이 났고, 배달을 나갔다가 배가 고프면 혼자 빵을 사 먹고 돌아오기도 하고(먹던 빵을 손에 들고 들어왔다), 장이 약하다면서 커피는 항상 라테를 마시고는 시도 때도 없이 화장실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다.

근무 시간에는 이렇게 여유 부리다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퇴근 시간을 기록해서 근무 시간을 늘리는 일도 허다했다.

짧게는 20분에서 길게는 거의 1시간 가까이 퇴근 시간을 초과해 매장에 남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일을 제대로 해놓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참다못한 도도가 퇴근 시간이 되면 그대로 손 놓고 가라고도 했지만 그 말조차 듣지 않았다.

때문에 도도와 소소는 그를 빨리 퇴근시키기 위해 그의 몫까지 일해야 했다.

하루는 소소가 먼저 퇴근하고 남은 두 시간 동안 주문이 폭주해 힘들었던 날이 있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친구가 같이 있었지만 그도 아직 미숙한 상태였다.

그러자 다음 날, 피피는 일이 힘들다며 스케줄을 왜 그렇게 짰느냐고 도도에게 항의를 했다.

소소는 그 모습을 보고 ‘구제불능’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이런 피피 때문에 행사가 있거나 주말처럼 바쁜 날은 도도와 소소가 힘든 스케줄을 소화해내야만 했다.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게 베풀고 누군가에게는 바늘구멍만큼도 배려가 없는 이 구렁텅이에 왜 스스로 들어왔을까, 소소는 일분일초마다 후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의 사건이 터졌다.

그날 저녁, 상상 지역 인사를 관리하는 부장 윌리가 도도에게 회유하는 문자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노무사와 상담한 듯하다.

도도는 상사의 지시를 거부했다.

그러나 윌리는 회사와 남은 직원(도도와 소소)을 위해 보내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고, 도도 역시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실랑이한 끝에, 부장이 피피에게 보낼 문자를 도도에게 보내주면, 도도는 그 문자를 복사해서 보내기로 합의했다.

자기 손으로는 죽어도 그런 문자를 찍을 수 없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약속대로 윌리는 두 시간쯤 뒤에 도도에게 문자를 보냈다.

무단결근은 연차로 처리하겠다는 안내와 내일은 출근해야 한다는 회유, 연락이 안 되는 것에 대한 안부 내용이 포함된 장문의 문자였다.

도도는 이 문자를 그가 결근한 5일 동안 매일 보냈다.

씁쓸하지만 현실에 굴복했다.

이대로 정리되면 좋겠다는 생각과 마음은 쓰려도 일손이 부족하니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서로 상충된 생각이 매일 전쟁을 치렀다.

소소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출근할까, 아니면 이대로 정말 안 오는 걸까, 조마조마했다.

그가 필요해서가 아니다.

빨리 이 사태가 끝이 나고 어떤 방향으로든 상황이 마무리가 되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체력적으로 힘든 건 견딜만했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말이 부장 입에서 나왔을 때의 그 억울함이 돌덩이가 되어 내내 가슴을 짓눌렀다.

피피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고, 그와 함께 일했던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어했는지도 아는 사람이 그런 말을 내뱉었다는 것이 괘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쨌든 윌리의 강요로 도도는 매일 문자를 보냈고, 5일 만에 답장을 받았다.

‘정말 죄송하지만 오늘까지만 쉴 수 있게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출근하겠습니다. 제 심경은 출근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내일 보자.’

답장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이전 08화넌 어느 별에서 왔니?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