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은 밤 1

by 아무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소소는 미적미적 벨소리가 울리는 사무실로 걸어갔다.

전화가 끊기길 바라며.

그러나 전화벨은 계속해서 울렸다.

“네, 피자 앤 코크입니다.”

“여보세요. 제가 조금 전에 피자를 포장해 갔는데요.”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건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거나 제품이 누락됐을 경우다.

“네.”

소소는 불안함을 감추며 대답했다.

“제가 원래 자주 시켜 먹는데, 오늘은 피자가 다른 날보다 너무 딱딱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피자를 먹고 그냥 가만히 있는 내가 너무 바보 같아서 전화했습니다.”

차분하던 목소리가 점점 격앙되어 말을 마칠 때는 호흡이 거칠어졌다.

“피자가 딱딱하셨다고요?”

“네!”

“죄송하지만 제가 고객님의 주문을 먼저 확인을 해야 하는데 어떤 걸 주문하셨나요?”

갑작스러운 긴장감에 팔과 다리에 피가 식고 미세하게 떨렸지만 꾹 참고 차분하게 말하려 애썼다.

“우리 딸이 배달 어플로 주문했습니다.”

기억났다.

5시 몇 분쯤이었다.

혼자서 정신없이 피자를 만들고, 호출 시간에 맞춰 매장을 찾아온 배달 대행 기사들에게 제품을 내보내고, 첫 출근한 아르바이트생에게 해야 할 일을 교육하고, 포장 손님까지 찾아온 그 시간.

소소는 자신의 어머니와 비슷한 연배의 중년 여성이 만삭의 젊은 여자와 함께 계산대에 서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대략 2시간 전이었다.

얼마나 할인이 됐는지, 얼마를 결제했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았기에 더 기억에 남았다.

“네, 고객님. 콤비네이션 피자 주문하셨네요.”

“네. 피자에 온기는 있는데 너무 딱딱해서, 먹기는 먹었는데, 이런 걸 그냥 먹자니 기분이 나빠서 전화했습니다.”

“온기가 있는데 딱딱하셨다고요?”

“네. 혹시 미리 만들어 놓았던 거 아닌가요?”

“그건 아닙니다. 고객님 피자는 제가 만들어서 바로 나갔던 건데, 왜 딱딱해졌는지 지금으로서는 원인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하시는데 불편하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내가 그런 걸 먹고 기분이 너무 나빠서 전화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소소가 할 말은 죄송하다는 말뿐이었다.

사실 소소는 고객이 이렇게 불만을 제기할 때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매장 측의 잘못이 확실하면 제품을 다시 해주든, 다음 주문 시 서비스를 제공하든, 그것도 싫다고 하면 최후의 수단인 환불을 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말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 소소에게는 더욱 난감했다.

딱딱하다고 했을 때, 어디가 어떻게 딱딱한지도 자세히 물어봐야 했지만 소소의 머릿속은 그저 새하얀 백지였다.

결국 그 손님은 화만 내다 전화를 끊었다.

하아.

소소는 한숨을 내쉬었다.

점장인 도도에게 전화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상황을 전달하고 조언을 구해야 할까.

일단 전화를 끊었다는 건 그저 화를 내고 싶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이럴 땐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러나 복잡해진 머릿속 사정을 봐 줄리 없는 매장 사정 때문에 몸은 움직여야 한다.

20분쯤 지났을 것이다.

다시 전화가 울렸다.

불안하다.

하지만 전화는 받아야 한다.

“네, 피자 앤 코크입니다.”

“여보세요. 제가 아까 우리 엄마한테 피자를 시켜줬는데요.”

여자의 목소리가 싸늘하다.

“아, 네.”

가슴이 두근거리고 팔과 다리의 근육이 미세하게 떨린다.

“제가 멀리 살아서 피자를 주문해줬는데, 우리 엄마가 딱딱한 피자를 먹었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너무 속상해서 전화했어요! 피자에 온기가 있는데도 딱딱하냐고 묻는 게 먼저가 아니라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여자는 악을 쓰며 말했다.

“고객님, 정말 죄송합니다.”

소소도 자신의 응대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게 이렇게까지 화를 낼 일인가 싶기도 했다.

여자는 너무 속이 상하다며 소리 질렀다.

“고객님, 죄송합니다. 어머님이 식사를 하시는데 불편하게 해 드린 점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온기가 있는데도 딱딱하다고 말한 건 제가 아니라 고객님 어머니였습니다. 온기가 있는데도 딱딱하다고 말씀하시기에 저는 되물었을 뿐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다음에 다시 제품을 제공해드리면 어떨까 하는데요.”

“그럼 제가 그 가게를 또 이용해야 된다는 말인가요?”

“그렇죠. 저희가 해드려야 하니까요.”

“싫어요. 그리고 본사에 전화할 겁니다.”

이 말을 끝으로 여자를 전화를 끊었다.

소소는 또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본사에 전화해도 뾰족한 수가 없을 텐데.

뭐, 전화하라지.

잠시 사무실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다행히 주문이 들어오지 않아 매장 안이 조용했다.

시야가 흐려진다.

달관하진 못했어도 제법 익숙해진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마음에 상처가 남는다.

눈물샘이 고장 난 듯 눈물이 흘렀다.

고작 이런 일로 눈물이라니.

소소는 억지로 울음을 그치려고 했지만 눈물이 쉽게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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