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중 2

by 아무




현재 시각 새벽 1시 57분.

지금 이 시간에 배달을 해달라는 뜻인가.

소소는 메시지를 차근차근 다시 읽었다.

‘공동현관 비밀 번호 0507’

새벽 3시, 심지어 24시간 영업하는 업체도 있긴 하지만 소소가 일하는 피자 가게는 10시에 영업을 마쳤다.

또 늦어도 11시 전에는 퇴근하기 때문에, 자정 이후의 시간은 당연히 휴식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여기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9시에 주문을 하고 연락두절 상태였다가 새벽 두 시가 다 되어서야 온 답장이 고작 공동현관 비밀 번호라니.

괘씸한 마음이 들면서도 마음속 어딘가로 찜찜함이 스며들었다.

세상에는 참 별별 다양한 사람들이 다 모여 있구나.

후우-.

잠시 언짢아진 기분을 날숨과 함께 내뱉었다.

그리고 소소는 곁을 지키던 잠이 자리를 뜨기 전에 얼른 눈을 감았다.


다음 날, 오후 두 시.

오전 영업과 업무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소소는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이 될 식사를 하기 전에 어제의 연락두절 손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또 안 받으려나.

“네, 여보세요.”

낮게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네, 안녕하세요. 피자 앤 코크입니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를 듣고 놀란 소소는 반사적으로 말했다.

“네.”

“어제 전화를 안 받으셔서 배달을 못 해 드렸는데…….”

“아, 네. 어제 잠이 들어버려서…….”

남자는 아직도 잠에서 덜 깬 듯한 목소리와 말투로 대답했다.

“저희가 전화를 많이 했는데 안 받으시더라고요. 그래서 문자를 남겼습니다.”

“네, 죄송합니다. 그런데 혹시 피자는 어떻게 됐나요?”

“요즘 날씨가 덥잖아요. 날씨의 영향도 있고 해서 어제 제조한 제품은 폐기했습니다.”

“아…, 네.”

“원래라면 이게 일종의……, 고객님의 과실에 해당하는 거라서, 저희가 제품을 다시 제조해서 배달해드리지 않습니다.”

소소는 ‘고객의 과실’이라는 민감한 단어를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네…….”

남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어쨌든 고객님이 결제를 다 하셨는데, 식사를 못 하셨잖아요.”

“네…….”

“오늘이나 근일 내로 원하는 시간에 전화를 주시면 다시 배달을 해드릴까 하는데, 괜찮으신가요?.”

“네, 그럴게요.”

남자는 냉큼 대답했다.

“그럼 필요할 때, 매장으로 전화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남자는 끝까지 비몽사몽 잠결 같은 말투였다.

통화는 의외로 순탄하게 끝났다.

사소한 긴장감이 사르륵 가라앉았다.

“주임님은 너무 착해서 탈이라니까. 다시 안 해줘도 되는 건데.”

피피가 사무실로 다가오며 말했다.

소소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 들은 체 만 체 하고 어제자 주문서에 메모를 남겼다.

‘통화 완료. 다음에 다시 해주기로 함.’

“식사하십시오.”

“네, 그럼 먼저 쉬고 오겠습니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소소는 경쾌하게 대답했다.

배달 어플을 켜고 포장으로 샐러드와 커피를 주문했다.

일찍 퇴근하는 날이니 가볍게 먹기로 했다.

모자와 앞치마를 벗어 휴게실 사물함에 던져 넣고 카드와 핸드폰만 손에 들고 매장을 나왔다.

하늘은 맑지만 공기는 습기를 잔뜩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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