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Soundscape by SleepingLion #3
지구의 울림을 기록하는 슬리핑라이언의 세 번째 NFT를 공개합니다. 이번 NFT 시리즈를 통해 아름다운 화산섬, 제주도의 소리유산들을 소장할 수 있으며 2차 저작으로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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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usic.3pm.earth/ko/collection/SLEEPINGLION/detail?productId=385
고산리에 소쩍새가 울면
한경면 / 고산리 / 신석기유적 / 세계지질공원 / 수월봉 / 차귀도
유물을 발견하니, 마을이 유적지가 되었다
모든 마을마다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겠지만, 제주도 서쪽 끝에 위치한 고산리는 역사책을 바꿀 만큼 그 가치가 높다. 1987년 5월 밭을 갈던 주민이 신석기 유물을 발견하게 된다. 이 발견으로 인해 한국 신석기문화의 시작이 8천 년 전에서 1만 2천 년 전으로 바뀌었다. 나와 아내가 제주에 정착했을 때가 2016년이었는데 그때까지도 발굴작업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서쪽의 넓은 평야에 불과했던 농경지가 유물의 발견으로 인해 마을의 가치가 새롭게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소리를 녹음하다 보면 이와 비슷한 경험들이 생겨난다. 한 공간의 음향이 아무런 의미 없이 낮은 포물선을 그리다가도 특정 생명의 시그널이 발생한다면, 그 공간은 재해석된다. 마치 그날의 밤과 같이...
"솟쩍~ 솟적다~ 솟쩍~ 솟적다~" 2022년 5월 7일 새벽, 고산리로 이사 온 지 3년 만에 처음으로 소쩍새의 울음소리를 듣다.
창문을 닫았다면 놓칠뻔했다
고산리로 이사를 온 지 3년이 지나서야 소쩍새의 첫 울음소리를 들었다. 어쩌면 그동안 내가 듣지 못했을 수도 있다. 소쩍새가 울기 시작하는 4~5월은 제주에서는 고사리장마 시기로 안개처럼 내리는 비로 인해 습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시기이다. 이때에는 문을 꽁꽁 닫고 제습기를 돌리다 보니 엄청난 팬소리로 인해 바깥의 그 어떤 소리도 집 안으로 들어오질 못한다. 다행히도 이 날은 전 날 내린 비로 인해 공기가 가벼워진 상태였고, 창문 하나 열어두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새벽까지 밀린 업무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솟쩍~ 솟솟쩍~" 문틈 사이로 들려오는 그 울음소리가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다. 소쩍새가 나타나면서 방금 전까지 소리풍경을 차지하고 있던 개구리와 풀벌레는 순식간에 조연이 되어버린다. 어느새 집 밖으로 나와 두 손에 마이크와 녹음기를 들고 있다. 소리가 꽤나 가까이에서 들렸는데, 막상 바깥으로 나와보니 아직 거리감이 있다. 소쩍새의 울음을 쫓아 300m 정도를 걸어서 도착해 보니 월성사의 앞마당에 솟은 소나무가 눈앞에 나타났다. 분명 여기 있는 것 같은데 눈으로는 아무리 쫓아도 보이질 않는다. 소리를 들으면서 찾아보아도 마찬가지이다. 눈으로 좇는 것을 포기하고 녹음기의 레코드 버튼을 누른다.
천연기념물 제324-6호
소쩍새는 올빼미과의 맹금류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서식한다. 보통 몸길이는 20cm 정도이며, 무게는 약 65g에서 135g으로 대체로 갈색을 띤다. 여름철새로 알려져 있지만, 소쩍새의 울음소리는 봄에 집중된다. 이 시기에 짝을 찾는 것과 알을 낳아 번식하는 것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짝을 찾기 위해 울어대던 수컷이, 짝을 찾은 후에는 알을, 그리고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시기를 맞추어 울어댄다. 깊은 밤에 나와 녹음을 하는 나를 경계하는 것인지 근처를 날아다니며 울어댄다. 아마 내가 녹음하는 곳이 둥지와 가까운 곳인가 보다.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본다.
특유의 울음소리로 인해 소쩍새라는 이름을 가진 것처럼, 그 울음소리와 연관된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솟쩍'과 '솟적다', 소쩍새의 두 가지의 울음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서로의 주장이 엇갈린다. 어느 곳에서는 솥이 쩍 하고 갈라질 만큼 풍년이라고 하고, 다른 곳에서는 솥이 갈라졌으니 불길해서 흉년이라 외친다. 또 어느 곳에서는 시집온 며느리에게 작은 솥을 주고 밥을 해서 시어머니와 서방님만 배를 채우고 며느리는 죽어서 솥이 적다는 말을 대신하는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의 진위를 따지기보다는 새의 울음소리에 관심을 가지고 공감하려고 노력한 시도 자체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