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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리핑라이언 Jun 08. 2023

금오름 맹꽁이가 꽁한 이유

[NFT] Soundscape by SleepingLion #4

지구의 울림을 기록하는 슬리핑라이언의 네 번째 NFT를 공개합니다. 이번 NFT 시리즈를 통해 아름다운 화산섬, 제주도의 소리유산들을 소장할 수 있으며 2차 저작으로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NFT 구매 바로가기 

https://music.3pm.earth/ko/collection/SLEEPINGLION/detail?productId=392 


누구에게는 천국, 누구에게는 지옥
제주도 / 한경면 / 금악리 / 금오름 


남의 침실은 건들다

  어느 날부터 초대하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 집에 찾아온다. 처음에는 창 밖에서 멀뚱멀뚱 구경만 하더니, 이제는 집 현관문까지 따고 신발을 신은 채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무례하기 짝이 없지만 참기로 한다. 그런데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다. 침대가 사라진 것이다. 다른 건 포기하더라도 내 침대만큼은 사수하려고 했는데, 그걸 집 바깥으로 가지고 가버렸다. 바깥으로 나가보니 이미 침대들이 한 곳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그 위에 내 침대가 올라가 있다. 이제 나는 어디서 자야 하나. 나처럼 집을 잃어버린 친구들이 이미 그곳에서 잠을 자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탑처럼 쌓인 이곳은 이미 아비규환이다. 


누군가는 천국, 누군가에겐 지옥

  아마 어릴 때부터 자연에서 돌탑 한 번 쌓아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다. 누군가 처음 쌓아 올린 돌탑 위로 주변의 돌을 주워다 올리면서 가족의 안녕과 천국을 소망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연에서 불필요한 것은 없다. 자그마한 돌 아래 붙어있는 거미나, 번데기나 애벌레 형태로 붙어있는 곤충들에게는 그 돌 하나가 온전한 서식처가 된다. 금오름 정상에 위치한 분화구에는 우리나라 멸종위기생물종인 '맹꽁이'가 서식하고 있다. 확인된 개체수만 330여 개체이며, 이들이 봄에 낳은 알의 수는 1만여 개나 된다. 피부호흡을 하는 양서류들은 피부가 항상 촉촉해야 공기 중의 산소가 녹아 체내에 공급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금오름은 강수량에 따라 호수의 물이 차기도 하고 마르기도 한다. 그들의 서식처가 가장 위험해지는 시기는 물이 마르는 시기인데, 금오름에는 그 어떤 수목이 없기 때문에 맹꽁이들은 죄다 돌 밑으로 숨어들게 된다. 물론 그들이 낳는 알 역시 돌 아래가 최적의 장소이다. 올해 들어 관광객들로 인해 갑자기 분화구 아래 돌탑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맹꽁이와 그 알들이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어지게 되었다. 궁여지책으로 쌓인 돌탑 아래에 몰리게 되었지만, 치열해진 먹이 경쟁과 부패된 사체로 인해 서식환경이 최악으로 치닿고 있다. 


맹꽁이의 울음소리가 없다면

  맹꽁이가 야행성이다 보니 사람들이 찾는 시간에는 그 울음소리를 잘 내지 않는다. 설령 낸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괘념치 않고 돌탑을 쌓고 사진을 찍고 사라진다. 금오름 맹꽁이에 대한 뉴스가 보도되자마자, 저녁에 금오름을 올라 마이크와 녹음기를 설치했다. 다행히도 맹꽁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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