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by sleepingwisdom


사람들은 말한다

성스러움은 먼 길에서 찾으라고


치유는 낯선 땅에만 깃든다고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여행은 곧 영성이라 하니

발자국마다 의미가 새겨진다 하고

입구마다 축복이 기다린다 하니




그 말의 무게를 흘려보내며

길 위를 걷는 자는 성자가 되고

남은 자는 노동자로 남는다




분명히 그리 믿어왔다

그러나 문득 발밑을 보니




아스팔트 틈새에서 자라는 풀잎

전봇대 불빛에 기대 선 그림자

담장의 금간 틈에 핀 꽃 한 송이

그것들이 나를 먼저 바라본다



"여기 있잖아, 왜 몰랐니?"

거창한 길은 환상에 불과했고



성스러운 건 오히려 지금 내 일상

출근길 자체가 은밀한 순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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