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산책

by sleepingwisdom

석양이 기울고,

나는 밤산책을 나섰다.


가로등은 조용히 길을 밝히고,

어둠은 그 빛 뒤를 따라 걸어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나무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리며

어둠 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순간, 알 수 없는 눈물이 고였다.

슬픔 때문이 아니었다.

내 깊은 곳에서 울린 맑은 공명이

조용히 내 마음을 적시고 있었던 것이다.



예전엔 어린 딸들과 함께 걷던 길.

불빛 속에서 분수가 솟구치면

나는 그 속에서 언젠가의 나를

먼저 그려보곤 했다.


시간은 스며들듯 흘러가고

내 발걸음은 어느새

미지의 공간에 닿아 있었다.


고요 속에서 나는 문득 상상한다.

작은 걸음 하나에도,

나는 지구별과 함께

광대한 우주를 여행하고 있음을.


이 별은 거대한 숨결로 나를 품고

아득한 밤하늘을 건너고 있었다.

나는 단지 걷고 있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지구별이 나를 데리고

은하의 길을 산책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고마워, 지구별.

사랑한다, 나의 푸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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