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코스모스 흐드러지게 피어
햇살에 취해 손끝으로 만지다 놀다
몇 번이고 지각을 했지.
학교는 그저 들러리,
길 위의 핑계였을 뿐.
결석해 매질을 당해도
내가 기억한 건 오직 너뿐이었다.
하교길엔 너를 오래 바라보다가 잠들면
밤을 가르며 이웃이 날 찾으러 오곤 했지.
들판에 누워,
하늘 향해 춤추던 네 모습을 따라
꿈속에서 네가 되곤했지.
너를 바라보면 몸이 열리고,
감각은 사라진 채 영혼만 떠돌아
바람처럼 흔들리며 네 곁에 맴돌았다.
코스모스,
네 이름이 곧 ‘우주’라는 걸
나는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너의 이름으로 된 책을 읽고,
청백한 푸른점 위에 연분홍으로 흔들리던
어린 날의 기억이
우주에서 비롯되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계절은 바뀌어도
네 앞에서는 언제나 아이가 되었다.
너로 인해 무색해진 봄과 겨울,
가을만이 내 마음의 중심이었으니.
세월이 강처럼 흘러
나는 이제 중년의 둔덕에 서 있다.
그러나 들판에 하늘거리는 너를 보면
그때의 내가 다시 돌아오는 듯,
별빛 너머의 어린 나에게 조용히 묻는다.
지구별 여행이 끝나면
바람에 기대어 흔들리고,
빛 속에서 가볍게 웃으며
우주와 함께 춤추는 꽃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