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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끝에서 깨어나다 — 꿈

꿈은 나에게 무엇을 말했는가

by sleepingwisdom

절벽 끝에서 깨어나다 — 꿈은 나에게 무엇을 말했는가?




꿈을 기억하는 방법

수면 중에 꿈을 기억할 때가 있다.

꿈을 기억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몇 번 연습하면 보통 꿈을 기억한다.

아침에 깨었을 때 바로 꿈을 상기하는 연습을 하면 자동적으로 밤새 꾼 꿈을 기억하기 쉽다.

혹은 그런 연습이나 의도 없이 바로 기억나기도 한다.

매우 특이하거나 인상적인 꿈, 놀라운 꿈이나 충격적인 꿈 등도 그러하다.

공포에 놀라 눈을 자동적으로 뜨게 되면 바로 그 꿈은 바로 재생된다.

예지몽이나 고인에 대한 꿈은 잊혀지지 않고 평생 기억되기도 한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

어제 밤에 아내와 또 다른 길 안내자, 그리고 나, 세 명이서 길을 가는 꿈을 꾸었다. 목적지를 향해 세 명이서 걷고 있었다.

주변에는 북적거리는 시장의 풍경과 길가의 다양한 상점들이 펼쳐져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길을 가다 보니 마치 거대한 성벽처럼 높고 험준한 절벽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안내자가 올라가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듯하다.

그러기도 전에 아내가 거의 먼저 행동을 해서 꼭대기까지 다다른 듯하다.


나는 절벽 표면의 거친 바위들과 가파른 경사를 보며 올라가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발이 굳어버렸다.

아내가 거의 다 올라가서 떨어지는 꿈이었다.

아득한 높이에서 추락하는 아내의 모습이 슬로우모션처럼 펼쳐졌고, 그 순간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공포가 몰려왔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놀라서 바로 잠에서 깨었다.





꿈의 잔상

심장이 마치 가슴을 뚫고 나올 듯 요동치고 있었다. 잔상이 계속 남아서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눈을 감으면 아내가 떨어지는 그 순간이 계속 반복 재생되었다.

그래서 눈을 감고 바로 잠들면 계속 그러한 불안한 느낌이 계속될 것 같아서 속으로 이것은 꿈이라고 되뇌이며 잠을 깼다.


손바닥에 식은땀이 맺혔고, 호흡을 천천히 고르며 어느 정도 진정이 되도록 계속 속으로 '꿈일 뿐이야.

현재에 집중하자' 같은 만트라를 외웠다.

방바닥의 감촉, 창문 너머로 들리는 새벽 공기의 소리에 집중하며 현실로 돌아오려 애썼다.

그리고 다시 잠을 들었다.



책 출간과 예상치 못한 일정 변경

그러다가 오늘 아내가 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기대와 설렘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일부 인터넷 서점에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첫 책에 대한 설렘과 동시에 약간의 불안감도 스며들었다.

처음 내는 책이라 소장본을 구매해서 검토를 하지 않았다.

바로 내도 상관없지만 혹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거나 오류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마음 한편으로는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던 일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아 약간의 허탈감이 들었다.

이미 완성했다고 생각했는데 약간 일정이 미루어지게 된 것이다.



꿈과 현실의 묘한 일치

오후 산책길에서 문득 어젯밤 꿈이 떠올랐다.

아내가 실수를 해서 거의 다 오른 절벽에서 떨어진 것이다.

그 순간 소름이 돋았다.

책이 완성되어서 출판이 되었다고 했는데 몇 시간 후에 검토할 것이 생겨서 일정이 미루어진 것이 동시에 떠올랐다.

절벽을 오르는 것은 책을 완성하는 과정이었고, 꼭대기에 거의 다다른 것은 출간 직전의 상황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의 추락은 예상치 못한 일정 변경이었다.

꿈이 일종의 예지몽 역할을 한 것일 수도 있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절묘한 타이밍이다.

목표에 가까워질수록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무의식의 경고였을까?

바라는 길을 가지만 마지막 순간에 미끄러진 것은 책을 내는 이번 과정과도 묘하게 닮았다.



꿈의 의미와 해석

꿈은 많은 것을 보여준다. 특히 나의 무의식을 투영해주는 역할을 해준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불안, 기대, 두려움들이 꿈이라는 무대에서 상징적으로 연출된다.

그것은 해석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꿈보다 해몽이라고 하지 않던가!

어쩌면 내 무의식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완성이라는 것은 없으며,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에도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래도 나의 기본적인 생각은 '꿈은 꿈일 뿐이다.'

그래도 좋은 꿈을 꾸었으면 한다. 나의 무의식이 많이 정화되고 안정되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니까!


요즘은 꿈자리가 사납다. 이럴 때일수록 '꿈은 꿈일 뿐이다.'라는 생각이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가 있고 관심이 있다면 무의식을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다.

자신의 은밀한 내면에 어떤 것들이 살고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도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기에!


오늘의 경험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꿈과 현실, 무의식과 의식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소통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더 깊은 자신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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