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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아래서(시)

산책하며 마주한 달빛

by sleepingwisdom

달빛 아래서



달빛이 살갗에 닿아 스러지니

온몸이 진동한다.

이 떨림은 오래된 기억일까,

아니면 사랑의 예감일까.


고요하게 품어 주는 이 빛이

혈관을 타고 흘러

잊혔던 것들을 깨우고,

영혼을 어루만진다.


신경을 타고 흐르던 달빛이

내 눈을 열어 광명이 되고,

그 빛 속에서 나는

잃어버렸던 나를 다시 만난다.


그 순간,

너의 눈동자도 떠오른다.

사랑하는 이여,

달빛은 신의 속삭임

나는 너였고,

너는 나였던 영원한 하나.


몰아일체의 고요 속에서

모든 경계가 스러진다.

분노도 사랑도

하나의 마음, 다른 얼굴일 뿐.


기억 속에서

내가 그였던 모습을 떠올리니,

세상 모두 내 것이었고

원수도 벗도 내 안의 그림자였구나.


아이야, 성내지 마라.

모두 너의 모습이니—

이 깊은 밤,

영원이 살며시 고개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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