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모밀
오늘은 왠지
한 끼를 천천히 씹어야 할 것 같았다
숟가락을 들다 말고
몸이 조용히 말했다
“지금은 그게 아니야”
도라지청은
단맛 뒤에 살짝 싸늘한 기운을 숨겼고
기름진 국물은
입 안에서는 친절했지만
속은 묵묵히 말을 아꼈다
하지만 냉모밀은
조용히 다가와 내 곁에 앉았다
젓가락에 감긴 메밀 면발은
찬 국물 속에서 살랑이며
마치 바람결에 흔들리는 갈대 소리처럼
부드럽게 귓가에 속삭였다
첫 입이 입천장을 스치자
서늘한 국물이 파도처럼 퍼지고
쫄깃한 면발이 입 안에서 춤을 추었다
그 맛은
숨죽인 숲속의 시냇물 소리처럼
내 몸 깊은 곳을 깨웠다
그제야 알았다
내가 위장을 배려한 게 아니라
몸이 나를 배려해왔다는 걸
속이 불편할 때마다
내가 걸음을 되돌아보게 만들던
그 침묵이
몸의 말이었다는 걸
우리는 늘 말을 너무 많이 하고
몸의 소리는
너무 늦게 알아듣는다
몸은 늘 대답한다
말없이
소리 없는 속삭임으로
아 시원하다!
나는 살아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