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나는 바람입니다.
늘 어디론가 가지만
사실, 아무 데도 가지 않습니다.
그대가 웃을 때
나는 따뜻한 숨결이 되고
그대가 잠들면
창가에 머물며 조용히 기다립니다.
그대의 머리칼을 스치며
나는 속삭입니다.
“여기 있어요, 늘 그대 곁에.”
그대가 아니었다면
나는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었겠지요.
그대가 나를 느낄 때,
그제야 나는
나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보이는 것은 쉽게 잊히고
보이지 않는 것이 오래 남습니다.
그대 숨결 속에 내가 있고
내 결 속에 그대가 있으니,
우리는 이미 하나입니다.
바람도, 사람도, 사랑도—
이름보다 먼저,
느낌으로 시작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