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의 부탁

by 이자영

심리 상담 과정이 항상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내 마음은 자주 불안정했고, 그럴 때마다 나는 선생님과 거리를 두려 했다.


어느 날 술을 많이 마시고 바람을 쐬러 옥상에 올라갔다. 밤은 어두웠고, 나는 우두커니 서서 건물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떨어지고 싶었다. 길가의 불빛들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았고, 나를 막아설 장치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 위험한 순간 떠오른 건 상담 선생님과의 약속이었다.


"죽고 싶어지는 순간에는 반드시 연락을 해주세요."


이 말을 반복적으로 하시던 선생님은 내가 이런 순간을 맞닥뜨릴 것을 예상하셨을까? 슬퍼졌다. 슬펐던 이유는 내가 죽으려는 순간 내 마음 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참을 서 있다가 집에 돌아와 선생님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선생님, 저 상담을 그만둘래요."


내 안전장치를 내 손으로 끊어버리고 마음 편히 죽고 싶었다.


다음 상담 시간에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지쳤으면 좀 쉬어요. 쉬었다 해요. 근데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무리한 부탁인가?"


나는 가만히 있었다. 선생님은 다시 말씀하셨다.


"무리인 거 알아요. 무리지만 받아들여주세요. 그래도 상담자의 부탁이니까."


나는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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