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빛나는 가로등

by 이자영

상담 시간에 나의 감정을 말하는 것은 항상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그것이 부정적인 감정이라면 더욱. 겨우 기분이 안 좋았다는 말을 꺼내자 선생님은 그 안 좋았던 기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보셨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설명을 못하겠어요."


선생님은 조금 단호하게 대답하셨다.


"못 하더라도 한번 해봐요. 이제는 자영씨가 말로, 언어로 설명해 줘도 될 것 같아요."


"...아무 이유가 없는데 슬퍼져요."


선생님은 내가 우울해질 때, 서글퍼질 때 마음 속에 뭐가 있는지 물어보셨다. 그리고 그것을 이미지나 감각으로 표현해보라고 하셨다. 나는 그것을 '정사각형의 흰색 방'이라고 표현했다.


"제가 그 안에 갇혀 있어요."


작은 정사각형의 흰색 방에 갇혀 있는 나. 그러니까, 그 공간은 나에게 마음의 감옥같은 곳이었다.


"자신에게 한번 물어볼래요? 왜 들어갔는지."


나는 또 비협조적인 내담자가 되어 대답을 거부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고 대답을 회피해버렸다. 선생님은 다시 물어보셨다.


"내가 그 방 안에 들어갔잖아요. 그게 나를 어떻게 만들어요?"


"아무 것도 못 하게요."


"그럼 자영씨는 어떨 때 거기 들어가요?"


"혼자 있을 때요."


"자주 혼자 있잖아요."


"그렇죠."


"그 안에 들어가면 뭐가 좋은데요?"


"혼자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러네요. 삶이 복잡하고 잘 모르겠고 혼자 있고 싶을 때 그 안에 들어가는 거네요. 괜찮아요. 그래도 돼요. 지금 자영씨는 그 안에 있어요, 밖에 있어요?"


나는 침묵했다.


"얘기하기 꺼려지나 보네요. 그 안이 편하고 익숙한 면이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잠깐 나와서 볼까요? 나와서 약간 거리를 두고 그 공간의 느낌이 어떤지 말씀해주세요."


"밖이 엄청 어두워요. 그게 무서워요."


선생님은 무섭다는 내 대답을 듣더니 말씀하셨다.


"거기 흰 점 하나만 찍어 볼래요? 상상으로. 가로등이 켜지잖아요. 그런 것처럼 등을 하나만 켜볼래요?"


"그 점이 멀리 있어요."


"멀리 느껴지는구나. 혼자예요?"


"네, 혼자예요."


"그게 어때요?"


"...그냥 혼자 있으면 돼요."


나는 어차피 혼자니까. 날 이해해줄 사람은 영원히 없을 테니까. 나는 그냥 혼자 있겠다고 대답했다.


"혼자 있는 게 편안할 때도 있으니까 그렇게 해요. 그런데 멀리 있는 빛을 볼까요? 멀리 있지만 빛의 느낌이 어때요?"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좋은 느낌이 든다고 대답했다.


"좋네요. 자영씨가 좋아하는 영국이나 아일랜드인가?"


선생님은 내가 좋아하는 장소들을 예시로 드셨지만, 나에게는 그 빛이 선생님으로 느껴졌다. 민망해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어둠 속에서 나를 붙잡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건 분명 선생님일 것이다. 선생님은 뒤이어 말씀하셨다.


"이건 좀 상징적이에요. 자영씨가 우울하고 무기력해질 때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려봤어요. 밖은 어둡고 깜깜하고, 빛 하나 없고, 무섭고 외롭고 그러겠죠. 근데 우리는 밤에 빛 하나 정도는 찍는 게 필요해요. 산다는 게 그런 것 같아. 그래서 하늘에도 별이 있잖아요. 어두우면, 빛을 보세요."


그래, 허망한 세상에서 나에게 필요했던 건 따뜻한 빛 한줄기였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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