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 죽으러 마포대교에 갔다.
택시를 타고 근처에 내린 후 무작정 걸어서 다리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한 마포대교. 생각보다 높은 펜스가 쳐져 있었다. 사람들이 오고가고 있었고, 나는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 해가 떨어지길 기다렸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 순간 내가 느낀 건 안정감이었다. 이제 죽을 수 있다는 안정감. 세상과의 단절.
그러다 문득 소음이 귀를 때렸다. 저 건너편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소음. 저마다 친구들, 연인들과 모여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 순간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억울해졌다. 한강변에 앉아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부러웠다. ‘좋겠다, 살고 싶어서. 저 사람들도 힘든 게 있겠지만 지금 당장 물에 빠져 죽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하겠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선 한참을 더 강물 앞에 앉아 있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친구에게 전화가 왔고, 나는 친구의 연애 고민을 들었다. 진심으로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준 후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나 지금 마포대교야”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친구는 당황한 것 같기도, 조금은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눈물이 터져 나왔다. 죽고 싶어서 마포대교에 왔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친구는 일단 응급실에 가라고 나를 설득했고, 나는 결국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앞에서도 한참을 울었다. ‘나 따위가 이런 일로 병원에 가도 될까?’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렇게 오늘은 살아냈지만, 내일을 버틸 수 있을까?
아직도 가끔 생각이 나곤 한다. 어둡고 탁했던 한강 물이. 그리고 그럴 때면 항상 그날 전화한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전화가 나를 살렸다는 걸, 너는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