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존재와 의미

by 이자영

심리 상담 시간에는 종종 존재론적인, 실존적인 이야기가 오갔다. 보통 내가 삶의 무의미함과 그로 인한 자살충동을 호소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제 존재 자체는 의미가 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제가 이룬 것들,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목표들 또한 삶의 궁극적인 의미가 되지 못해요. 이렇게 다 없애고 나면 결국 남는 건 나 자신밖에 없잖아요. 근데 그 또한 의미가 되지 못해요.“


“존재가 의미의 근원이 되지 않을 수 있어요. 자영씨 안에서 찾거나 떠올리는 게 내가 살아야 될 이유나 정당성의 근거일 수 있어요.“


선생님과 나는 내가 찾는 의미에 대해 정의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결국 의미를 덩어리가 큰, 형이상학적인, 영구적인 어떤 것으로 정의했다. 의미가 없어서 죽겠다는 나. 그리고 내가 찾는 의미는 없을 수도 있다고, 또 의미는 스스로가 정의하는 것이라고 하시는 상담 선생님.


이후로도 우리는 자주 의미에 대해 다루었는데, 최근 상담 시간에는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는 자영씨에게 의미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비록 나한테 없어도, 자영씨에게 정말 그게 필요하면 만들어주고 싶고 찾아주고 싶어요. 위로해주고 싶고 힘이 되어주고 싶어요. 그게 있다면 고통이 줄거나 죽고 싶어지는 게 덜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선 선생님은 내가 하고 있는 것들에서 조금씩이라도 의미를 찾아보라고 하셨다. 글을 쓰는 것, 타인에게 위로를 전하는 것, 공부를 하는 것 등.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찾아왔던 손에 잡히지 않는 의미만 추구하기보다는, 현재 내가 이루어내고 있는 것들에 집중해야 하는 것을. 그 또한 의미가 될 수 있음을. 그럼에도 나의 의미 찾기는 계속될 거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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