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에서 새로 만난 주치의 선생님은 내가 겪고 있는 증상뿐 아니라 내 내면의 마음에도 집중하시는 분이었다. 처음에는 잘 적응이 되지 않았다. 병원 진료실에서 마음을 털어놓는 것은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료 초반에는 자주 모르겠다거나 생각해본 적 없다는 등의 대답을 하곤 했다.
나는 선생님을 만나면서 자주 약물 과다복용을 했고, 자살 충동으로 응급실에 간 적도 있었다. 이전 병원을 다닐 때는 내가 이런 행동을 하면 혼이 나곤 했는데, 새로운 선생님은 달랐다.
“지금 좀 눈치를 보시는 것 같은데, 이건 ㅇㅇ씨가 힘들었던 일이지 제가 혼낼 일은 아니잖아요?”
선생님은 내가 그런 행동을 한 이유를 찾고 그 마음을 이해하는 것에 집중하셨다. 매주 병원을 다니며 나는 천천히 선생님에게 마음을 열었다.
“그래서 ㅇㅇ씨, 마음은 좀 어때요?”
처음에는 이 질문을 들었을 때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마음이라면 어떤 걸 얘기해야 하는 거지?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는데 선생님은 무슨 대답을 원하시는 거지? 솔직하게 얘기해도 되나? 이런 생각들만 들었고 정작 내 마음을 표현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어느 날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제가 치료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ㅇㅇ씨의 마음이 더 중요한 거잖아요. ㅇㅇ씨는 나는 좋은 환자여야 한다는 마음이 스스로를 오래 괴롭혔을 것 같아요”
사실은 맞다. 나는 진료실에서 나의 힘든 면을 숨기고 괜찮았다고, 잘 지냈다고 말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지금의 선생님을 만나고 이 패턴을 끊는 것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진료가 1년쯤 지속되자 조금씩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 이 공간에서 내 마음를 솔직히 표현해도 되겠구나. 그건 잘못된 게 아니구나. 그러니까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가기로 했다. 나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인정해보기로 했다. 이 결심은 나의 치료 과정에서 큰 전환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