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절룩거릴 아이

by 이자영

나는 2023년 8월, 내 생일에 죽을 계획을 세운 상태였다. 이 시기의 나는 스스로를 챙기기는커녕 그저 숨만 붙이고 살아 있는 것 자체에 모든 에너지를 쓰고 있는 상태였다. 지금까지 살기 위해 발버둥쳐봤지만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건 한 층 더 깊어진 어둠이었고, 나는 항상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세상은 내가 살 곳이 아니었고, 나는 그저 사라질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상담 시간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이에 놓인 테이블 끝만 바라봤다.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기도 싫었고, 얼른 상담을 끝내고 싶었다. 선생님은 잠시 나를 바라보시더니 입을 열었다.


"제가 옛날에 길을 가다가 어떤 엄마가 아이에게 자꾸 넘어진다고 화를 내는 걸 봤어요. 아이들이 그럴 수 있잖아요.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 그 기억은 잊어버릴 수 있겠지만, 자기가 왜 아픈지도 모르면서 평생을 절룩거리겠지. 평생을. 근데 아이는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겠지. 자영씨가 그러고 있는 거라면 어떻게 할 건데요?"


선생님이 아이에 빗대어 나를 묘사하신 것 같았다. 스스로를 돌보지 않고 자책만 하는 아이. 힘든데 힘들다고 표현도 못하는 아이. 나는 유년기에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했고, 결국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었다. 내 감정을 표현하고 도움을 요청하면 상대가 날 떠날 것 같다. 그러니까 나는 모든 걸 혼자 감내해야 했다. 숨이 막힐 정도로 울면서 밤을 지새울 때도, 감정을 이기지 못해 자해를 할 때도, 나는 항상 혼자였다. 그 사실이 괴로웠지만,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나는 완벽해야 했고, 행복한 척해야 했다. 그래야 버림받지 않으니까.


"선생님, 저는 태어난 것 자체가 잘못이었어요."


울면서 말했던 날이 있다.


"자영씨, 자기를 차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신을 막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영씨는 저에게는 중요해요. 자신을 학대하거나 방임하지 말고 조금만 관심을 가져봤으면 좋겠어요."


상처받은 아이는 평생을 절룩거리겠지. 하지만 그 옆에 단단한 지지대가 있다면, 언젠가는 일어나 걸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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