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 두둑한 우리 친정 아빠, 종종 엄마에게 맛평가를 하신다. 이제 결혼해 따로 사니 자주 못 보지만 나는 그 옆에서 조마조마하다.추석에도 친정에 갔더니 엄마가 "니 아빠는 짜게 하면 싱겁게 해달라 하고 싱겁게 하면 싱거워서 맛없다고 한다"며 투덜거린다.밥을 해주는 게 어디냐고. 하하
엄마의 음식 솜씨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바빴던 우리 어릴 때보다 여유있게 음식을 하니 솜씨가 더 좋아지는 것 같다.
문제는 우리 아빤 msg를 너무 좋아하시고 엄마는 조미료 '극혐'인 사람이라는 거다.
나도 좀 그렇지만 엄마들은 대체로 조미료에 민감하다. 조미료 없이 감칠맛을 내는 것.이것이 엄마들의 자부심인 것 같다.
감칠맛은 종종 감질맛으로 잘못 쓰이기도 하는데 감질맛이라는 말은 표준어가 아니고 다른 뜻의 '감질나다'라는 표현이 있다.
오늘의 '나만 몰랐나'는 감칠맛이 5대 기본맛이라는 것이다. 단맛, 짠맛, 쓴맛, 신맛 외에 msg 발견 후 새로이 들어간 맛이라고. 글루탐산이 내는 맛을 감칠맛이라고 한단다.
마음을 끌어당기는 맛도 감칠맛이라니 그또한 재미있다.
MSG를 쓰면 감칠맛이 살아난다.식욕을 당기는 맛이라니 감칠맛은 위대하다.MSG가 마싰지의 약자라는 사람도 있잖나.
원물로 감칠맛이 나려면 시간이 제법 걸린다. 대체로 원물 속의 성분들이 우러나야 감칠맛이 나니까. 이 오랜 시간을 기다리면서 우리는 감질난다.
감질나는 마음을 참지 못해 나도 요즘은 다양한 조미료를 쓴다. 원물만을 이용했다는 조미료도 점점 많아지고 외국의 조미료도 많이 수입된다. 조미료 좀 넣으면 집에서 만들 수 있는 맛에 신세계가 열린다. 감칠맛이 진하면 오히려 나트륨을 좀 덜쓰게 되는 부가적인 효과도 있다고.
요즘 내가 애용하는 압착식 조미료 by 슬리피언
엄마가 왜 그러는진 우리 다 안다. 정성만으로 좋은 재료만으로 감칠맛을 내주고 싶은 것이지. 하지만 엄마 msg 좀 써도 돼. 포기하면 편해요.이제 요리 부담 좀 내려놓고 쉽게 맛있게 살자고~그리고 아빠,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엄마 맘 좀 챙겨줘요. MSG는 내가 따로 하나 챙겨드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