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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리피언 Jul 11. 2022

'영재 검사' 받아보셨나요?(1)

웩슬러 검사를 궁금해하는 부모님들을 위한 풀배터리 체험기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 '영재 검사'라는 단어, 참 자극적이다. 허준이 교수가 필즈상을 타면서, 다시 '영재', '영재교육'이라는 단어가 많이 보인다. 얼마 전에는 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에서 영재원, 영재 이야기가 나오면서 일부의 관심이었던 '영재'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제법 느껴졌다. 내 아이 지능이 한번쯤 궁금하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나. 한 번쯤은 얘가 천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부모가 있을까? 내 주변에도 지능 검사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예 지능 검사를 '영재 검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능 검사 이야기를 자꾸 듣다보니 3년 전쯤 우리 아이들이 지능검사인 웩슬러 검사를 비롯한 풀배터리 검사를 받은 기억이 떠올라 글로 옮겨본다.


3년 전 4월인가.. 둘째 학교 양호실에서 연락이 왔다. 아이에게 부정맥 증상이 있는 것 같다고.

9살짜리가 부정맥? 이게 무슨? 어떤 성인병 신호도 없는 건강한 아이였다. 그날 등교길에 낯빛이 안 좋긴 했다. 물어보니 컨디션이 안 좋다고 했었는데..그러고는 몇 시간만에 양호 선생님 전화가 온 거다.


급히 종합병원 소아심장외과를 찾았다. 응급이라 그날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24시간 홀터 검사라는 부정맥 검사를 했는데 부정맥 증상은 잡히지 않았다. 그날 소아심장외과 선생님은 아이의 틱 증상을 유심히 보시면서, 부정맥이 아니라 심리적 문제일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당시 아이에게는 눈깜빡임 틱이 있었다. 그 해가 처음은 아니었고, 5살인가 6살 무렵 처음 시작했다. 틱에 대해서 무지할 때라 저게 뭐지.. 한참 지켜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소아과에서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안과에 한번 가보시고 안과 문제가 없다고 하면 소아정신과를 한번 가보라"고 했다. 그땐 정신과 소리에 마음이 급해서 눈에 보이는 일반 신경정신과에 갔는데 쌤이 아주 심드렁하게 한 달 정도 지켜보고 더 심해지면 소아정신과 한번 가보고, 없어지면 그냥 둬도 된다고 하셨다. 과연 한달 안에 없어져서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그 이후에도 매년 한두번씩 종종 나타났다. 얘 때문에 공부도 제법 했는데 틱이 한번 나온 애들은 종종 나오니 더 심해지거나 행동틱이 여러가지로 혹은 음성틱으로 확산되는 것 같지 않으면 그냥 둬도 괜찮다고 해서 매번 마음을 다잡고 있던 참이었다.

부정맥 진료 며칠 뒤에는 애가 아침에 일어나서 대성통곡을 했다. 놀라 쫓아가보니 가족이 죽는 꿈을 꿨다고 했다. 그런데 그 꿈이 너무 생생해서 헤어나오지를 못하고 있었다. 심리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아이는 뭔가에 눌려 있는 것 같았다. 아이가 힘든 2주 정도의 기간 동안 불안이 '전이'됐던 나와 남편의 마음도 평정심을 유지하기는 힘들었다.


이 시기, 사실 가장 불안이 심했던 사람은 나였다. 힘들어하는 아이를 도와주고 싶지만, 뭐부터 해야할지 몰랐던 나는 그저 우는 게 일이었다. 남편은 "애보다 니가 더 큰일날 것 같다"며 심리상담을 빨리 받자고 했다.


그때만 해도 어디 물어볼 데도 마땅치 않았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애들 키우다보면 별 일이 다 있는거지 심리검사 같은 건 유난떠는 거라는 시선이 그땐 더 심했다. 혹은 괜히 검사했다가 아이가 치료를 받아야하거나, 진단명이 나오면 낙인이 찍힐 걱정도 해야 했다. 실제로 관련 일을 했던 지인은 나에게 "아이가 검사받고, 치료를 받게 되면 동네 엄마들에게 절대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로인한 문제를 너무 많이 봐왔다는 거였다.


나는 밤마다 잠 못이루는 내 새끼가 어떻게 될까봐 마음이 급했다. 나 역시 남 시선이 아주 중요한 사람이지만, 상관없는 남 시선 따위가 내 새끼보다 중요하냐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때 너무 급해서 일단 학교에 있는 '위클래스'에 전화를 걸었는데 담당선생님이 해준 이야기가 더 큰 용기가 됐다. "어머니,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멘탈 테라피'라는 단어에는 거부감이 없으시면서 '심리치료'라는 말에는 그렇게 부정적일까요." 편견을 걷어내라는 이 말 뒤로는 훨씬 수월하게 심리상담을 고려할 수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근방에 심리상담센터라는 곳은 제법 많았다. 소아정신과에서도 할 수 있다는데, 여전히 덜 급했는지 병원은 아직 남겨두고 싶었다. 1급 임상심리사가 있는 곳에서 검사를 받으라는 추천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이런 분 계시는 곳이 흔하지는 않았다. 좀 더 알아보다가 이름이 비슷한데 '임상심리전문가'도 공신력이 있는 자격이라고 해서 그런 분이 있는 곳에서 검사를 받았다.

픽사베이

초기 상담 후 우리는 '풀배터리 검사'를 받기로 했다. 풀배터리 검사는 지능검사인 웩슬러 검사와 부모 양육태도 검사, 그림 검사 등 대여섯가지 검사로 이루어졌다. 가격은 30만원 선부터 요즘은 100만원 가깝게 받는 곳도 있는 모양이다. 이 검사의 해석자가 중요한데 그래서 뭐 몇급 몇급 찾는 모양이다. 요즘 부모들이 궁금해하는 '영재 검사'라는 게 이 중 지능 검사인 웩슬러 검사다.


심리 검사에 왜 지능검사가 포함돼 있을까. 나도 이때 처음 알았다. 웩슬러 검사는 크게 네 파트에 각각 서너가지 소검사로 이루어져 총 15개 안팎의 검사를 하는데, 아이의 기질을 보는데 각 소검사에서의 행동과 수치의 경향성이 도움이 되는 듯했다. 예를 들어 각 파트가 수십 점씩 큰 격차를 보인다거나, 특정 파트가 크게 높거나, 낮은 것 등이 아이의 기질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물론 웩슬러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그림 검사 등 다양한 다른 검사를 통해 아이의 현재 심리적인 상황, 기질을 파악한다. 


풀배터리는 총 세 시간 이상 소요된다. 검사 시간이 길어서 어린 아이일수록 힘들어할 수 있다. 심리적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지만, 아이들이 힘들어하면 정확한 결과가 안 나오기 때문에 단순하게 아이에 대해 궁금해서 검사를 받는 거라면, 너무 이른 검사는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2학년에서 4학년 사이 정도를 권하는 듯하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 늦게 검사를 할 경우, 심리적 문제가 있어도 아이가 크면 클수록 치료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문제 행동이나 걱정되는 면이 있다면, 검사를 빨리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검사 결과를 받는데도 일주일에서 열흘 가까이 걸린다. 그냥 숫자만으로 딱 떨어지는 검사가 아니어서다. 아이에게는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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