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현장에 언제나 있는 직업. 바로 기자다. 유명인들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도 당황스런 순간에도 영광의 순간에도 기자가 함께한다.
그러다보니 참 다사다난, 다이내믹한 경험을 하게 된다. 정치부 기자는 유명 정치인들을 만나고 스포츠 기자는 올림픽 같은 국제 행사에도 참석한다. 연예부 기자는 유명 연예인도 많이 만나고.
누군가는 지긋지긋해하는 기자덩어리들.픽사베이
그러다보니 이야깃거리가 많다. 원래도 말이 많은 나는 기자일하고 할말이 더 늘었다.사람들을 처음 만났을 때 기자라고 하면 말을 트기 쉬울 때가 많다. 연예인도 많이 만나셨겠네요? 누구누구는 인성이 어떻던가요?대화의 물꼬를 트기 쉽다보니 그닥이었던 사람 사귀는 법도 일하는 동안 좀 늘긴 했다.
하지만 그것은 다 남얘기다.
돈주고 쓰라고 해도 싫다고 퇴사해놓고는 또 글을 쓰겠다고 결심한 것은 그렇게 많은 기사를 썼지만 진짜 내 글은 얼마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남의 이벤트로 남의 이야기만 적었던 나의 기사들.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고도 나는 여전히 말이 많다.
빈 수첩에 나는 이제 무엇을 적을까. 분명한 건 내 이야기라는 것.픽사베이
첫 직장을 연예부에서 그만둔 덕에 나는 너무나도 급격하게 무료해질까봐 살짝 걱정도 했었다. 그 화려함에서 멀어지니 일상이 얼마나 무덤덤할까.
그런데 내가 원래 말이 많은 애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었던 게다. 일상에도 할말은 많고 할말 많으면 쓸 글도 많다. 장을 보러 가도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도 브런치에 쓸 글거리는 제법 많이 나온다. 어쩌면 10년 넘는 아이템을 고민해 온 덕을 보나 싶기도 하다. 종종 웬수같던 기자 일도 이런 생각이 들면 제법 고맙다.
마음만 먹으면 사는 것은 배움이다. 오늘은 남의 이벤트로 살지 않아도 책 한권 쓰는 게 인생이라는 것을 또 배우는 하루다. 특별할 것 없는 덤덤한 삶의 한 부분도 남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도 공감해주는 분들 덕분에 배워나가고 있다. 그러니 내 이야기는 내 배움의 흔적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