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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리피언 Jul 21. 2022

홈트 한달

체중계는 미동이 없습니다만

어떻게 좀 더 버텨보겠다고 홈트를 시작한지 보름 만에 글을 남겨놓았고, 그 글을 또 우연히 제법 많은 분들이 보셨다. 그래선가 홈트를 시작한지 어영부영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그간 나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변화가 있기는 한 걸까?


홈트를 하면서 알게된 내 몸


한 달 정도 홈트를 하면서 좋은 점은 내 몸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나는 특히 오른쪽 손목을 비롯한 오른쪽 옆구리, 오른쪽 골반 인근 근육이 모두 수축돼 있었던 것 같다. 손목 스트레칭만 해도 오른쪽은 왼쪽보다 훨씬 힘이 들어가야 어느 정도 늘어난다. 아무래도 상당히 오랜 기간 마우스만 까딱거리며 살아서 그런 것 같다.

이런 근육까지 바라지는 못합니다만. 픽사베이

요가를 배울 때 어깨가 많이 말려있다는 얘기를 몇 번 들었다. 대충 굽었다는 뜻인 것 같긴 했지만서도, 정확하게 무슨 말인지는 몰랐는데 말렸던 게 조금 펴지니 알 것 같다. 홈트 한달 동안 가장 큰 변화가 어깨다. 어깨가 펴지면서 상대적으로 허리가 가늘게 보이는....효과라면 효과랄까.


오래된 거북목 증세로 튀어나와 있던 뼈가 한층 완만한 곡선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정도 운동으로 뼈 자체가 들어간 것은 아닐 수도 있고, 염증으로 인한 부기가 줄어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홈트가 만능은 아니다.


몸의 통증때문에 시작한거라 식이요법은 따로 하지 않고 운동만 했더니 몸무게는 오히려 늘었다. 근육을 발달시켜서 쳐지고 있는 내 살들을 잡아 올리는 게 목적이었다고 하지만, 몸무게가 줄지 않으니 어쩐지 힘이 빠질 때가 있다. 남편은 어깨가 펴지고 군살이 줄어들고 있다며 '눈바디'로 가즈아!를 외쳐주지만, 아무래도, 눈에 딱 보이는게 중요하지 않은가. 그래서 그렇게 사진들을 찍는 것 같다.


그래도 체중계 말고 다른 수치는 조금 줄었다. 허리가 1인치 줄어들었다. 정말 별거 아니지만, 내 경우 몸무게는 표준 범위 안인데 복부, 내장비만이 문제인 케이스라 나쁘지 않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운동을 하러 나서는게 너무 힘들어서 홈트를 시작했고, 나에게는 이게 맞는 것 같지만, 홈트가 만능은 아닌 것 같다. 나는 몸치여서, 뭐라도 해보겠다고 이런저런 운동을 많이 배우러 다녔다. 다 찔끔찔끔이었지만, 그래도 그런 것들이 전혀 모르는 것보다는 혼자 집에서 운동할 때 도움이 된다.


짬짬이 운동을 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tv보면서나, 집안을 돌아다닐 때 가벼운 동작이라도 하려고 하는데 확실히 화면에 틀어놓고 하는 거랑 아닐 때랑 효과가 다르게 느껴진다. 그렇게 멍청한 머리는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tv속 선생님은 어떻게 알고 또 그 점을 지적하고 있다. 모두가 pt를 할 필요는 없지만, 완전히 홀로보다는 영상이든 pt든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서,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최근 어떤 운동프로그램 광고에서 자기네는 "척추를 쌓는다", "뼈에 호흡을 보내본다" 같은 알듯모를듯한 소리 안하고 친절히 가르쳐준다는 얘길 하는 걸 봤다. 가르치는 사람들이 자신들만 아는 용어를 친절한 자세로 설명해야 하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배우는 입장에서도 배우려는 마음을 갖고 덤벼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처음에 요가나 필라테스를 할 때, "오글거리게 왜 말을 저렇게 한대" 했던 부분이 있는데, 그 말을 곱씹으면서 하면 느껴지는 자극이 다르기도 하다. 그러니 너무 고깝게만 여기지 말고, 무슨 뜻으로 저 말을 하는지 알아보려고 노력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별개로 전문가들은 일반인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용어가 낯설고, 생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좀 알고 계셔야할 필요가 있고 말이다.


혼자 운동하면서 또 하나 어려운 것은 운동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다. 우리 몸은 같은 강도에 운동에는 금방 적응해서 같은 운동을 계속하면 근육 생성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해보니 지금 하는 것도 귀찮고 힘든데 더 어려운 운동을 선택해서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마 그래서들 pt를 하는 것 같다. "제발 나를 좀 끌고 가줘요" 내가 보는 프로그램은 유산소, 근력, 스트레칭 등으로 나눠져 있어서 다양하게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말 하기 싫을 때는 근력이 많이 필요한 몇 동작이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정신으로 그냥 해보고 있다.  


동기부여가 될 목표가 필요하다


지난 번 보름 체험기를 쓰고 며칠 뒤부터 운동을 하는 게 점점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작심삼일은 넘겼으니 이런 나자신 칭찬해...야 하나 하던 중에 마침 내가 보고 있는 통신사 프로그램에서 '홈트 600분' 도전하기 이벤트가 있어서 나는 더 불꽃을 태워볼 수 있었다.


바디프로필을 찍겠다거나, 약간 작은 옷을 사두고 며칠까지 저걸 입겠다는 목표를 정하는 것도 좋다고 다이어트 웹툰에서 본 기억이 있다. 의지력이 갑자기 치솟진 않지만, 지칠 때쯤, 싫증날 때쯤 기분을 환기시킬 동기부여는 꼭 필요한 것 같다.


혹시 주변에 홈트든 뭐든 운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작은 변화라도 보이면, 꼭 아는 척을 해주길 바란다. 칭찬은 멈추려던 운동을 유지하게 한다. 운동 메이트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어떤 pt쌤은 자기 수업 참여자들을 단톡방으로 불러모아 식단도 보고하고 운동 이야기도 하게 하던데 역시 인간은 사회적동물이라 그런지 효과가 좋더라는 후기도 들은 바 있다. 혼자든, 함께든 문제는 몸을 움직이는 거다. 아, 대체 떨치고 일어나는 일은 왜 이리도 힘든 것인가.


우리 나이엔 무리보단 운동 안하는 게 나을지도

 

부상의 위험도 홈트로 운동하는 사람들이 조심해야할 부분이다. 아무래도 운동을 시작한 초반에 제일 의욕이 넘치는데, 갑자기 그러면 몸이 반항한다. 내 경우 이전에는 하루 너무 빡세게 하면 다음 날 아프니까 귀찮아서 하루 쉬고, 그러다 운동을 멈추게 되는 일이 많았다. 운동을 오래하는 분들을 보니 대체로 돌아가면서 하는 것 같다. 전날 상체했으면 오늘은 하체, 오늘 등했으면, 내일은 고관절, 뭐 이런 식으로. 내가 여러 강사들 프로그램을 보는데 다들 하나같이 너무 쎄게 빡!보다는 적게라도 꾸준히를 강조하고 있다. 

제가 아닙니다. 픽사베이

사람인지라 생애 가장 긴 운동기간과 시간에도 꿈쩍도 안하는 체중계가 얄밉다. 그래도 눈뜨자마자 티비를 틀게 되는 건 통증 완화의 확실한 효과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0은 아니다. 그런데 귀신같이 운동을 덜 하거나 많이 먹은 날은 찌뿌둥하다. 자연히 리모컨을 들게될 수밖에.


오늘이 내가 제일 젊은 날이 아닌가. 제일 젊은 오늘, 건강하게 늙을 준비를 하기 위해 나는 그래도 한달 째, 리모컨을 힘겹게 들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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