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계는 미동이 없습니다만
어떻게 좀 더 버텨보겠다고 홈트를 시작한지 보름 만에 글을 남겨놓았고, 그 글을 또 우연히 제법 많은 분들이 보셨다. 그래선가 홈트를 시작한지 어영부영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그간 나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변화가 있기는 한 걸까?
요가를 배울 때 어깨가 많이 말려있다는 얘기를 몇 번 들었다. 대충 굽었다는 뜻인 것 같긴 했지만서도, 정확하게 무슨 말인지는 몰랐는데 말렸던 게 조금 펴지니 알 것 같다. 홈트 한달 동안 가장 큰 변화가 어깨다. 어깨가 펴지면서 상대적으로 허리가 가늘게 보이는....효과라면 효과랄까.
오래된 거북목 증세로 튀어나와 있던 뼈가 한층 완만한 곡선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정도 운동으로 뼈 자체가 들어간 것은 아닐 수도 있고, 염증으로 인한 부기가 줄어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몸의 통증때문에 시작한거라 식이요법은 따로 하지 않고 운동만 했더니 몸무게는 오히려 늘었다. 근육을 발달시켜서 쳐지고 있는 내 살들을 잡아 올리는 게 목적이었다고 하지만, 몸무게가 줄지 않으니 어쩐지 힘이 빠질 때가 있다. 남편은 어깨가 펴지고 군살이 줄어들고 있다며 '눈바디'로 가즈아!를 외쳐주지만, 아무래도, 눈에 딱 보이는게 중요하지 않은가. 그래서 그렇게 사진들을 찍는 것 같다.
그래도 체중계 말고 다른 수치는 조금 줄었다. 허리가 1인치 줄어들었다. 정말 별거 아니지만, 내 경우 몸무게는 표준 범위 안인데 복부, 내장비만이 문제인 케이스라 나쁘지 않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운동을 하러 나서는게 너무 힘들어서 홈트를 시작했고, 나에게는 이게 맞는 것 같지만, 홈트가 만능은 아닌 것 같다. 나는 몸치여서, 뭐라도 해보겠다고 이런저런 운동을 많이 배우러 다녔다. 다 찔끔찔끔이었지만, 그래도 그런 것들이 전혀 모르는 것보다는 혼자 집에서 운동할 때 도움이 된다.
최근 어떤 운동프로그램 광고에서 자기네는 "척추를 쌓는다", "뼈에 호흡을 보내본다" 같은 알듯모를듯한 소리 안하고 친절히 가르쳐준다는 얘길 하는 걸 봤다. 가르치는 사람들이 자신들만 아는 용어를 친절한 자세로 설명해야 하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배우는 입장에서도 배우려는 마음을 갖고 덤벼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처음에 요가나 필라테스를 할 때, "오글거리게 왜 말을 저렇게 한대" 했던 부분이 있는데, 그 말을 곱씹으면서 하면 느껴지는 자극이 다르기도 하다. 그러니 너무 고깝게만 여기지 말고, 무슨 뜻으로 저 말을 하는지 알아보려고 노력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별개로 전문가들은 일반인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용어가 낯설고, 생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좀 알고 계셔야할 필요가 있고 말이다.
혼자 운동하면서 또 하나 어려운 것은 운동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다. 우리 몸은 같은 강도에 운동에는 금방 적응해서 같은 운동을 계속하면 근육 생성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해보니 지금 하는 것도 귀찮고 힘든데 더 어려운 운동을 선택해서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마 그래서들 pt를 하는 것 같다. "제발 나를 좀 끌고 가줘요" 내가 보는 프로그램은 유산소, 근력, 스트레칭 등으로 나눠져 있어서 다양하게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말 하기 싫을 때는 근력이 많이 필요한 몇 동작이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정신으로 그냥 해보고 있다.
지난 번 보름 체험기를 쓰고 며칠 뒤부터 운동을 하는 게 점점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작심삼일은 넘겼으니 이런 나자신 칭찬해...야 하나 하던 중에 마침 내가 보고 있는 통신사 프로그램에서 '홈트 600분' 도전하기 이벤트가 있어서 나는 더 불꽃을 태워볼 수 있었다.
바디프로필을 찍겠다거나, 약간 작은 옷을 사두고 며칠까지 저걸 입겠다는 목표를 정하는 것도 좋다고 다이어트 웹툰에서 본 기억이 있다. 의지력이 갑자기 치솟진 않지만, 지칠 때쯤, 싫증날 때쯤 기분을 환기시킬 동기부여는 꼭 필요한 것 같다.
오늘이 내가 제일 젊은 날이 아닌가. 제일 젊은 오늘, 건강하게 늙을 준비를 하기 위해 나는 그래도 한달 째, 리모컨을 힘겹게 들어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