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한 마음만 가득한 나의 은사님
내가 존경했던 그분
쉽지 않은 직장생활 중 정말 존경하는 분을 만났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다들 각자의 캐릭터가 있다.
임원이라고 하는 분들을 보면
소위 말해 부하직원의 피와 살을 갈아 넣어서 성공하신 분,
명석한 두뇌와 타고난 감각으로 성공하신 분,
정치에 능하여 성공하신 분 등
배우고 싶은 면이 많기도 때로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기도 했다.
그중 인간적으로 존경해 평생 찾아뵈어야지 하고 결심을 했던 분이 있었다.
나의 아이와 신랑과 함께 그분을 찾아뵙는 상상을 하기도 했을 만큼 말이다.
먼저 일이 되게 만드는 분이셨다.
새로운 것을 배워서 적용하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고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는 그런 분이었다.
또 부하직원들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분이셨다.
휴직을 앞두고 나의 커리어를 누구보다 더 많이 걱정해 주셨고
그래도 가족은 함께 지내야지라며 공감해 주셨던 분이었다.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운 나
다른 나라에 있으면서 아주 가끔 연락을 드리긴 했지만
어쩐지 어른에게 실례가 되는 것은 아닐지
나에 대한 관심이 없으실 수 있는데 귀찮게 해 드리는 것은 아닐지
쓸데없는 걱정에 시간이 지날수록 연락드리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눈치를 보는 것에 익숙해서인지
난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생각하느라 표현이 어렵다.
한국에 돌아와서 그분이 뇌에 문제가 생겨 큰 수술을 받으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누구보다 건강관리에 철저하신 분이셨기에 믿기지 않았다.
깊은 고민 끝에 전화를 드렸는데
멀리 들리는 목소리에서 그간의 힘듦이 느껴졌다.
뇌 수술로 인해 어눌해진 목소리.
다시 만나 뵀을 때에도 반가움보다는
그 사이 하얗게 센 머리카락, 불편해지신 몸을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더 자주 뵈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친정엄마와 갈등이 붉어진 이후로 난 그러지 못했다.
내 부모도 못 챙기면서..
가장 큰 마음은 "내 부모도 못 챙기는 내가 다른 사람을 챙길 수 있을까?"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분을 만나면 내가 무너질 것 같았다.
내 속에 있는 마음을 이야기하며 위로받을 수 있는 어른이므로
지금 힘든 상태이신 그분께 내가 위로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게 회사를 그만둔다는 말도
다시 출국한다는 말도 못 전한 채 나는 출국을 했다.
나는 내 부모도 못 챙기면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일까?
아직도 나를 힘들게 하는 문제이다.
그렇게 동굴 속에 있는 게 옳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난 지금 몇 개월의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있다.
최소한의 인간관계만 맺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