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엄마, 그녀의 이야기

by 쑝쑝
20220813_150523.jpg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꼭 우리의 모습인 것 같다

갈등이 생긴 후에 그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상황 자체가 너무 괴로웠기에 그녀를 이해하고 싶었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나도 그녀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부모를 외면하고 있는 지금이 버겁다.


그녀에게 가장 중요했던 공부의 가치

그녀는 흔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많은 형제, 자매들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시골에서 태어난 많은 자식이 있던 가정은

그녀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러다 그녀는 서울로 상경했고 미용 기술을 배웠다.

누구보다 성실했고 자존심이 셌던 그녀는 그 분야에서 인정받았고

본인의 샵까지 차려서 운영했다.

강남에서 일하며 돈이 있는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가진 것 없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공부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자식은 무조건 잘 살 수 있도록 공부를 시켜야겠다고 결심했던 것 같다.

내가 7살이 되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그녀는 나를 공부시키기 위해 샵을 접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학습지, 학원은 다 찾아서 보냈고

매일 학습량을 정해 문제집을 풀게 시키고 직접 채점을 했다.

문제집에 오답이 많으면 그걸 전부 지우개로 지워 다시 풀게 했다.

정성이었다.


나에게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다.

"너는 네가 알고 가르치니 니 자식 가르치기 편하지?"

나는 해외에 있기에 대부분의 학습을 학원에 의지하지 못하고 내가 직접 시키고 있다.

엄마 말을 부정할 수 없다.

나는 내가 알기에 가르칠 수 있다.

아이가 답을 이끌어낼 수 있게 유도할 수도 있고 다양한 풀이법을 알려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부는 아니다..

엄마가 나에게 그게 전부가 아닌데 잘 몰랐다고, 그 당시에는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다고 얘기해 줬더라면

내 마음이 지금 같진 않았을 것 같다.


그녀는 나에게 애잔하다

나의 아빠는 성실하게 경제활동을 계속했지만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었다.

나와 동생을 키우면서 저축을 꿈도 못 꾸는 근근한 생활이었던 것 같다.

(난 사실 성장할 때는 모든 집이 다 그런 줄 알았었다.)

그런 경제상황에서도 엄마는 꾸준히 학원을 보내고 책을 사고 공부에 필요하다는 것들을 사 왔다.

본인 화장품과 옷은 변변한 게 없었으면서 공부와 관련된 것들은 아끼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나서 보니 나의 엄마가 더 애잔해 보였다.

남편의 집은 어렸을 때 꽤 유복했던 집으로 시어머니는 희생형 어머니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분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겠지만 내가 보기엔 말이다. 또 엄마는 모두 희생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악착같이 자식들 끼니를 챙기며 집에서 이것저것 만들어주던 우리 엄마,

집 밖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아이들에게 밥 사 먹을 돈을 주고 나가셨다던 시어머니.

생활비, 학원비 걱정을 하며 전전긍긍하던 우리 엄마,

좋은 차, 좋은 집에서 편안했던 시어머니.

자식들 공부에 집착하며 날카로웠고 동생의 반항으로 힘겨워했던 우리 엄마,

공부 말고 다른 것도 있다고 말해주면서 두 아이를 번듯하게 키워낸 시어머니.

과거가 현실에 투영되듯

손녀를 대하는 것에서도 차이가 확연했다.

모든 정성을 쏟으며 손녀에게 기대하고 금이야 옥이야 하는 우리 엄마,

이쁘다고 하지만 무심한 편인 시어머니.


나는 엄마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었다.

맛있는 음식, 좋은 옷, 좋은 가방도 사주고 싶었고 용돈도 턱 하니 챙겨주고 싶었다.

그녀의 지난 세월을 조금은 위로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해줄 수 있는 게 때 되면 말없이 용돈을 보내는 것뿐.


누구를 위해서 살았다는 것은 나 스스로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좋은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관계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나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삶이든 내가 선택해서 내가 살아나간 것.

과연 관계, 정서적 유대관계보다 소중한 가치가 부모자식 사이에 있을까..?

우리 엄마에게는 공부가 최고의 가치였고 나는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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