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쿠바에 다녀왔다

토잠밤 정보북/쿠바 견문록

by 권유

# 1


쿠바는 여행하기 좋은 점도 있지만(아름다움, 치안, 물가), 여행하기 힘든 나라이기도 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요즘 뜨는 여행지라 정보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고, 하나는 도착해서 인터넷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사전에 많이 알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쿠바의 인터넷 안 됨은 상상을 초월하는데,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워낙 폐쇄적인 사회라 한 시간에 1~2CUC를 내고 인터넷을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간단히 정리해 보는, 쿠바 여행 정보북!

(정보북이라는 명칭은 아바나나 트리니다드의 까사에 있는 '정보북'에서 따 왔다. 트리니다드의 한국인에게 유명한 까사, 일명 '차메로 아저씨네'에 갔을 때 정보북이라는 걸 처음 봤다. 까사를 방문하는 한국인들을 위해 이미 여행을 어느정도 한 한국인들이 방명록처럼 이런저런 정보를 써 놓은 공책이었다. 우리도 거기서 아바나의 캣콜링이 우리만의 일이 아니었음을 알고 위안을 얻었었다.)


- 상술했다시피 쿠바는 인터넷이 잘 안 된다. 예약한 숙소나 가고 싶은 맛집, 관광지의 위치는 내비게이션 어플 '맵스미'를 깔고, 거기서 쿠바 지도를 다운받아서 미리 표시해 두자. '맵스미'는 오프라인 지도 치고 위치 정보가 상세하게 잘 나오는 편이지만, 때로 이미 사라진 가게나 잘못된 정보들이 업로드 되어 있기도 하다. (우리도 헛걸음을 많이 했다.) 그래도 정확도가 구글맵보다 나으니까 맵스미를 추천한다.

- 혼자 여행해도 크게 위험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여럿이서 가는 게 좋은 것 같긴 하다. 택시 잡을 때도 더 편했고, 숙소도 혼자 갈 때보다 더 싸게 묵을 수 있는 듯했다.

- 쿠바 여행 후기를 보다 보면 첫날 묵을 까사(민박 개념으로, 쿠바 여행 중에는 대부분 까사에서 묵는다고 보면 된다.)만 잡고 나머지는 다 가서 잡아도 된다 이런 이야기가 많다. 비용을 매우 아껴야 하는 장기 여행자라면 그게 나을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너무 지치기 때문에 예약하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에어비앤비를 통해서도 까사를 예약할 수 있지만 역시 가서는 인터넷이 잘 안 되기도 하고 쿠바에서는 에어비앤비 결제가 되지 않으니 예약을 할 거면 미리 해 두고 가자.

- 아바나는 캣콜링이 정말 심하다. 1분에 한 번 꼴로 '치나~아모오르~(쪽쪽!) 웨알알유프로옴~'을 들을 수 있었다. 대부분 좀 건드리다 말았지만 우리를 따라오려는 남자가 두 명,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 우리를 향해 쌍욕을 하던 남자가 한 명 있었다. 이건 우리가 조심한다고 될 문제는 아니고 각오해 두고 가면 좋을 듯하다. 반면 트리니다드는 그런 느낌은 훨씬 덜했다.

- 그래도 우리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 많았다. 쿠바 사람들은 대체로 친절한 듯하다.

- 바라데로의 올인클루시브 호텔(숙박비를 내면 안의 부대시설과 음식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음.)은 음식이 그렇게 맛있진 않다. 그러나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가성비를 누릴 수 있으니 꼭 알아보고 쿠바에 간다면 하루라도 방문해 보길 바란다. (솔직히 이틀 못 묵어서 아쉽다.)

- 쿠바 경비는 정말 쓰기 나름이다. 여기저기서 엄청 싸게 다닌 사람도, 너무 비싸게 다닌 사람도 많이 봤는데 우리는 그렇게 싸게 다닌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돈을 많이 쓴 것 같지도 않다. 여행 기간은 7박 8일이고 앞뒤 이동 시간을 제외하면 실질적 여행 기간은 6일 정도. 숙박비는 올인클루시브를 제외하면 하루에 거의 1인당 만원 대였다. 환전은 220유로(한화 약 29만원)을 했는데 조금 남았다. 환전했을 때 쿠바 화폐로는 234CUC 정도가 나왔다.

- 쿠바에는 두 종류의 화폐가 있다. CUP와 CUC. 사회주의 국가이다 보니 국내 물가를 통제하기 위해 외국인 전용 화폐를 만든 게 CUC다. CUP는 다른 말로 모네다, 페소 등으로 부르는 것 같았다. CUC는 쎄우쎄라고 발음하는데 쿡이라고도 한다. 1CUC는 24CUP. 환전소나 식당 같은 데서 CUC를 CUP랑 바꿔치기해서 주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읽었는데 내가 갔을 때는 그런 일은 없었다. 특히 환전소에서 돈을 잘못 주기도 한다고 했는데 컴퓨터를 이용해 전부 카운트 해서 확인시켜 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환전소는 호세 마르티 공항에도 있고 시내에도 군데군데 있다.

- 쿠바에서 와이파이를 쓰고 싶으면 한 장에 2CUC 하는 와이파이 카드를 사야 한다. 대부분 2CUC였고 때에 따라 1.5 CUC, 1CUC일 때도 있었다. 카드를 사서 뒷면의 비밀번호 칸을 긁어서 거기 적힌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로그인하는 방식이다. 예전에는 큰 공원이나 호텔 로비 등에서만 와이파이가 가능했는데, 올 여름 개인 업소에서도 와이파이 공유기를 설치할 수 있게 법이 바뀌어서 웬만한 까사에서 와이파이가 가능하다. 와이파이 카드는 웬만하면 한 장 사면 일행 전부가 공유할 수 있다. (한 명이 로그인하면 전부 자동으로 로그인이 되는 방식.) 그러나 어떤 공유기는 워낙 느리기도 했고, 여럿이서 와이파이를 나눠 쓰다 보면 용량에 제한이 있는 건지 한 시간보다 빨리 와이파이가 끝나기도 했다. 그러니 용량이 큰 파일을 다운 받거나 보이스톡을 하는 등의 일은 거의 못한다고 보면 마음이 편하다.

- 쿠바는 물이 매우 비싸다. 식당 같은 데서 물을 공짜로 주는 일이 잘 없고, 한 병에 1~2.5 CUC 정도 했던 듯하다. 생필품 공급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듯한데, 치약이나 샴푸, 린스 등도 잘 없는 경우가 많으니 웬만하면 잘 챙겨 가는 게 좋겠다. (호텔에는 샴푸와 바디샴푸 정도는 있었고, 모든 숙소가 비누는 제공되었다.)

- 쿠바는 도시와 도시 사이 이동할 때 택시나 비아술을 이용한다. 우리는 네 명이었기 때문에 그냥 택시를 이용했다. 1인당 아바나-트리니다드를 35CUC(이거 비싸게 간 거다. 쿠바 차 치고는 좋은 차를 타긴 했다.), 트리니다드-바라데로 25CUC, 바라데로-아바나 22.5CUC에 갔다. 트리니다드 내에서 앙꼰 비치로 이동할 때는 왕복해서 인당 3.75CUC을 썼다. 느꼈겠지만 현지의 식료품이나 주류, 여타 관광 물가에 비해 교통비는 꽤 비싼 편이다.


# 2


그리고 쿠바 여행기. 이건 글쓰기 귀찮기도 하고, 잘 썼다고 칭찬받은 글을 그대로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가볍게 싣는다. 바라데로에서 쓴 이메일의 일부다.


메일을 보내는 시점보다 앞서 있을, 이 메일을 쓰는 시간은 쿠바에서의 사실상 마지막 밤이야. 내일은 바라데로를 좀 더 즐기다가 아바나로 돌아가서 하루를 보낼 거야. 그 다음 날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야 하거든. 이 시간을 '사실상 마지막 밤'이라고 표현한 데는 그런 이유가 있어. 바라데로는 올인클루시브라고 해서 안에 머물면서 밥도 술도 수영장 이용도 무제한으로 할 수 있는 휴양지였어. 밤에는 살사 공연도 봤고. 수영도 많이 했어.

(...)아바나는 말했다시피 캣콜링이 무척 심한 도시였지만, 분위기는 있었어. 그래도 캣콜링도 그렇고 날씨도 너무 습해서 지쳐가던 중이었는데 트리니다드로 옮기니까 날씨도 덜 습하고 사람들도 친절해서 좋더라. 트리니다드는 아바나와 달리 작은 마을이거든.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돼서 유명 관광지가 됐지만. 건물 색이 강하고 선명한 색이 많았는데 거기 햇빛이 비치니까 도시 전체가 빳빳해진 느낌이었어. 트리니다드에서는 이틀 머물렀는데 우리가 있던 숙소 주인 분도 친절하셨어. 매일 아침을 푸짐하게 먹었어. 트리니다드의 둘째날에는 카리브해 해변인 앙꼰비치에 즉석에서 가게 됐어. 갑자기 가게 된 거라 수영복도 안 챙겨 가서 입고 있던 원피스 차림 그대로 바다에 들어갔는데 정말 즐겁더라. 밖에서 쉴 때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빛무리 속에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어. 그날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민박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덕분에 맛있는 랍스터도 먹고 다음날 바라데로로 오는 택시도 싸게 잡았어. (여기는 도시간 이동도 택시로 하기도 하거든.) 그 민박집에 한국사람들 방명록이 있었는데 그거 읽다 보니 아바나에서 지친 게 우리만이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어서 힘도 나더라.

이런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돼서 좋아. 자갈길이 깔려 있어서 저절로 걸음이 느려지는 트리니다드 같은 도시가 있는 나라라니. 이곳 사람들은 아직 마차를 끌고 다니기도 하고 고속도로도 딱히 없어서 국도 위에 보행자들이 다니기도 해. 와이파이도 제대로 못 쓰니까 저절로 한국이나 캐나다에서는 누리지 못하던 여유를 누리게 됐어. 여행해서 피곤하니까 책을 읽거나 글을 쓰진 못하고 주로 가만히 생각을 했어. 그런 시간들마저 좋더라. (...)


+

아바나는 캣콜링이 심했지만, 앞글에서 언급했듯 다른 어디보다도 왠지 모르게 말레꼰의 석양이 그립다. 아주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습한 골목을 열심히 걸어 캐피톨 앞에 도착했을 때 압도받은 기억도 난다.

바라데로 비치는 태어나서 본 바다 중에 물이 가장 맑았다. 사람들 들어갈 깊이의 물에 물고기가 살 정도. 앙꼰보다 물이 차가워서 좋았다. 다들 바라데로에서 배영을 해 보시길. 천국에 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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