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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보낸 짐들이 내 품에 오기까지

와OO택배 후기

by 라라미미

작년 12월 초에 호주에서 쓸 짐을 꾸려 우체국박스 5호박스 크기로 3박스의 짐을 1차 선편으로 보내고,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 2박스를 보냈다. 욕심같아서는 더 많이 부치고 싶었지만, 어차피 1년 동안만 사용할 짐이기에 마음을 비우고 정말 필요할 것 같은 물건들만 추려 5개 박스에 꽉꽉 눌러담아 포장했다.


우선, 김포에 있는 이 택배회사 센터로 이 짐들을 먼저 보냈는데, 한국 택배 회사 중 한 업체를 골라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그 다음날 바로 택배를 수거해 가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김포 센터로 보내는 택배 이용 비용은 박스 당 7000원이었고, 난 그 당시 일을 하던 상황이라 아침에 출근하면서 택배상자를 현관 앞에 두고 가면 오후 쯤 기사님이 방문하셔서 수거해갔다. 기사님과 연락해서 착불택배비는 계좌로 송금해드렸다.


그렇게 해서 받은 송장번호를 가지고 와OO택배 홈페이지에서 수입 해상 택배(나는 해상 택배로 신청했는데, 항공으로도 신청이 가능하다.)를 신청할 수 있다. 혹은 직접 내가 이 업체 김포 물류센터로 입고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출발지 정보 및 택배 정보를 입력하고, 호주에서 내가 받을 주소와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를 입력한다. 그리고 멜버른에 도착해서 수령할 지점을 선택하는데 나는 멜버른이라 멜버른에 있는 Warehouse로 내 물건을 찾으러 가거나, 방문 배송 요청을 통해 내가 입력한 주소지까지 직접 배송을 해주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지도에서 이 창고의 위치를 찾아보니 집에서 40km나 떨어진 곳이라 그냥 일부 배송비용을 추가로 내고 집까지 배송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렇게 신청을 하니 며칠 뒤에 택배를 수령할 수 있는 예상 날짜가 배정되었는데, 1차 택배는 2월 6일 경이었고, 2차 택배는 2월 26일로 확인할 수 있었다. (2차를 보낸 건 일주일 뒤였는데 선박 입고 때문에 이렇게 20일이나 뒤로 밀렸다.ㅠ)


와OO택배에 아직 택배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는데 영 연락이 없는 게 걱정이 됐다. 택배들이 제대로 오는 것이 맞나 싶어 해당 택배 회사 카카오톡 채널로 문의를 했다.(김포센터는 전화문의가 불가능하고 카카오톡 채널로만 문의가 가능한데, 멜버른 센터는 전화번호가 있어서 다행히 바로 직원에게 문의할 수 있다.) 곧 INVOICE를 보낼 예정이니 그 때 안내하는 기한 안에만 비용을 결제하면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1월 21일에 1차 택배건(3박스)에 대한 결제 내역(INVOICE)를 받았는데 호주 달러로 141.28달러였고, 카드로 결제하니 최종 결제 금액은 144.11달러였다. 3일 뒤인 1월 24일에는 2차 택배건에 대한 결제 내역이 메일로 왔는데, 106.77달러였고, 카드로 결제한 최종금액은 108.91달러였다.(카드로 결제하면 SURCHARGE가 붙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계산해보면 한박스당 약 50달러 정도의 금액이 든 셈이다.


호주에서 내가 살게 될 집에 입주를 한 것이 1월 20일이었고, 내가 부친 짐들이 오기까진 2주 넘게 기다려야 했다. 그 기간동안 필요한 물건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기다리는 시간이 꽤나 길게 느껴졌다. 다른 건 둘째치고, 1월 말에 굉장히 날씨가 쌀쌀했어서 배편으로 부쳤던 긴팔 옷들이 너무나도 기다려졌고, 호주올 때 가져온 수건도 3장밖에 되지 않아 따로 챙겨 보낸 넉넉한 수건들이 그리웠다.


그렇게 오매불망 기다리던 중 2월 5일쯤 1차로 보낸 택배들을 호주 택배회사가 수령해서 배송 중이라는 메일이 도착했다. 내일 집으로 배송할 예정이고, 여러가지 배송받을 옵션을 선택하게 되어 있었다. "PLEASE NOTE: NO ACTION IS NEEDED IF YOU DO NOT WISH TO YOUR DELIVERY. " 라는 문구가 있어서 굳이 선택하지 않고 집에서 택배를 받으면 되겠다 가볍게 생각했다.


아침에 제제를 등교시키고 집에 돌아온 뒤 집안 정리를 하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나는 너무나도 반가운 마음에 로비로 한달음에 내려갔다. 그런데 이게 웬걸? 내가 보낸 1차 택배박스는 3개였는데, 택배기사님이 박스 한개만 덜렁 가지고 오신 것이었다.

- 택배 박스가 이게 다인가요?

- 제가 가지고 온 것은 이게 다입니다.

- 저는 3개를 보냈었고, 어제 메일로 온 것에도 3개가 배송중이라고 되어있었는데요.

- 이 나머지 2개는 다른 기사가 가지고 올 것입니다.

정말 머리가 띵했다. 아니 보통 한번에 부친 택배라면 한꺼번에 오는 게 정상아닌가? 싶었지만, 일단은 사인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와OO택배 멜버른 센터에 전화로 문의를 했다.


업체에서는 아무래도 다른 기사님이 배송을 진행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따 오후에 배송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시간은 내가 제제를 픽업가야 할 시간이라 집에 없을 수도 있다고 했더니 그렇게 되면 기사님이 다시 가져가거나 다른 COLLECTION POINT(PARCEL POINT라고도 하는데, 호주에서는 집에 부재중일 때 집 앞에 택배를 두고가는 게 아니라 인근에 우체국이나 서점 같은 곳을 택배 수령 가능 장소로 정해 놓고 이 곳에 택배를 보관한다.)에 내 택배를 보관할 수도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2시 40분쯤 배송을 왔다가 내가 집에 없자 인근 COLLECTION POINT(AUBURN SOUTH NEWSAGENCY라는 곳이었다.)에 내 택배 2상자를 배송했다고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근처 Collection point인 Newsagency

결국 다음 날 제제를 등교시켜 놓고 택배 2상자를 찾으러 갔다. 택배는 무사히 이 지점에 보관되어 있었고, 수령할 때는 메일로 온 인증번호 4자리를 말해야 찾아올 수 있다.(심지어 이 메일도 스팸메일함에 들어가 있어서 사전에 알지 못했던 터라 직원이 PIN NUMBER를 물어보는데 대답할 수 없었다. 그래도 다시 내 핸드폰으로 인증번호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나서 2월 18일에 2차 택배박스가 배송 중이라는 메일이 도착했다. 지난 번 같은 사단이 날 것 같아 사전에 미리 COLLECTION POINT를 지정해 두었다. 집 근처 차로 2~3분 거리에 받을 수 있는 지점이 있어서 그 곳을 선택해 두었다.


다음 날 택배를 찾아가려고 했는데, 그날부터 제제가 BOROONDARA SPORTS COMPLEX라는 체육센터에서 진행하는 GYMNASTIC(우리로 따지면 맨손체조 같은 느낌인데 이 곳 여자아이들의 필수 사교육 중 하나다.) 수업을 듣기로 해서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려고 보니 이미 COLLECTION POINT의 업무 마감 시간을 넘겨버렸다. 하는 수없이 내일 오전에 제제를 등교시키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저녁 수업이 끝나고 이미 늦은 후라 부랴부랴 집에 가서 제제와 저녁을 챙겨먹고 간단하게 집 안 정리를 했다. 그동안 쌓인 쓰레기가 많이 차 있어서 지하 주차장에 있는 쓰레기 수거장으로 제제와 함께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그리고 난 뒤 우리가 사는 층으로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데 제제가 실수로 0층(우리의 로비층)을 눌러버렸다.

무사히 도착한 택배 박스들

0층에 잠시 서서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는데 오잉? 내 택배박스 2개가 공동현관문 안쪽으로 얌전히 놓여있었다. 너무 깜짝 놀랐지만, 얼른 2개의 택배박스를 가지고 집으로 올라왔다. 생각해보이 내일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제제를 등교시키기 위해선 지하주차장으로 바로 내려가야해서 분명 택배박스를 발견하지 못하고 등교했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랬다면 집에 오는 길에 COLLECTION POINT를 들러서 허탕을 쳤을 게 분명했다.(물론, 나중에 알고보니 업체에서 메일을 보내주긴 했었다ㅠ)

이 택배를 받는 과정하나하나 호주와 우리나라의 문화차이를 엿볼수 있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암튼 여러 우여곡절이 있고, 배송기간도 배편이라 오래걸렸지만 그래도 무사히 물건 하나 누락되는 것 없이 타 업체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택배를 잘 받을 수 있었다.

이 작업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때도 해야한다는 사실이 아찔하긴 하지만, 일단 그건 나중 일이니 그때가서 또 좀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해보기로 한다. 어쨌든 필요했던 물건들이 도착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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