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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학교생활 엿보기

다양한 행사, 그리고 학부모 참여

by 라라미미

호주에서 학교를 다닌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나간다. 처음 2주 동안은 제제와 나 모두 서로 적응하기 바빴다면, 이제는 숨 한 번 돌릴 여유는 생긴 것 같다.


빅토리아 주의 학교에서 대부분 사용하는 Compass앱

호주에서도 우리나라처럼 학교 공지사항을 앱으로 알려준다. 빅토리아 주에서 운영하는 학교들 대부분 사용하는 앱이라고 하는데, 이 앱을 통해서 여러 가지 학교 공지사항을 알 수 있고, 학교에서 신청하는 다양한 행사들에 대한 비용을 직접 결제할 수도 있다. 또, 개인적인 사정으로 결석할 일이 생길 때 Attendance라는 메뉴를 통해서 아이의 출결사항을 선생님과 학교에 알려줄 수도 있다. 처음에 입학했을 때 등록한 학부모 이메일로 계정을 알려준다.


Assembly

등교하고 난 후 2주 정도가 된 금요일, 이 앱을 통해서 Assembly가 있다는 공지를 받았다. 이 행사는 학교 체육관에서 오후 2:45-3:15에 진행될 예정이며 학부모들도 참석이 가능하니 학교 체육관 뒤쪽으로 자리해 줄 것을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정확히 무엇을 하는 행사인지 몰라서 함께 학교를 보내고 있는 한국 엄마들에게 어떤 것인지 물어보았다. 2주에 한 번씩 전교생이 학교 강당에 모여 호주 국가도 부르고 교장선생님 훈화말씀도 듣는, 우리로 따지면 방송 조회와 비슷한 행사라고 한다. 다만 우리의 방송조회는 국민의례, 애국가, 교장선생님 훈화말씀, 그리고 상장 전달 등 간소하게 끝나는 것과는 달리 이 학교의 Assembly는 그 외에도 각 학년에서 특별하게 발표할 만한 연극, 공연 등을 보여주는 경우들도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없는 행사라 약간은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오후 2시 40분쯤 강당을 찾았다. 이미 많은 학부모들이 강당 뒤 편에 서있었다. 나도 자리를 잡고 행사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아직 강당은 비어있었고, 오늘 무슨 무대가 따로 준비되어 있는지 4~5학년쯤 되는 학생들 몇몇이 선생님과 함께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이 줄 맞춰 강당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귀여운 Prep학년부터 6학년까지 들어와서 자리 잡고 앉으니 금세 강당 안이 꽉 찼다. 제제 반이 들어올 땐 나도 모르게 더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는데, 멀리서 제제가 들어오는 걸 보니 무척 반가웠다.

우선 한 남자아이의 진행으로 행사가 시작이 되었다. 6학년 남학생처럼 보였는데, 아무래도 전교 회장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마이크를 잡고 Assembly행사를 진행하는 모습이 무척 씩씩해 보였다.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호주 국가를 불렀다. 그리고 학교 헌장 같은 것이 화면에 나타나자 학생들이 함께 읽었다.

아까 준비하던 학생들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알고 보니 간단한 연극이었는데, 주제는 학교 생활 규칙이었다. 친구들끼리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어떤 태도로 서로를 대해야 하는지에 관해 알기 쉽게 보여주는 짧은 Skit이었다. 아이들 모두 친구들이 보여주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보며 깔깔거리며 즐겁게 관람했다. 아무래도 오늘이 첫 Assembly여서 이런 주제를 가지고 무대를 준비한 듯 보였다.

그렇게 무대가 마무리되고, 정리할 시간이 되자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듣고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선생님의 인솔 하에 각자 교실로 돌아갔다.

내가 직접 선생님이나 학생들을 마주할 기회가 없었는데, 실제로 교장선생님을 말씀을 듣고 학생들의 발표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어른인 나도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온전히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하루종일 영어로 생활하고 있을 제제를 생각하니 조금은 안쓰럽고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또, 계속 뒤를 돌아보며 내가 왔는지 확인하는 제제의 모습이 생각보다 눈에 잘 띄어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반가워하기도 했다.

Assembly행사 때는 중고 교복샵이 열린다


방과후 수업 신청하기

우리처럼 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을 진행한다고 해서 2가지 수업을 신청해 보았다.

월요일 방과 후에 진행하는 Multi Sports 수업과 화요일 점심시간에 진행하는 Dance 수업이었는데, Multi Sports는 말 그대로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들을 경험해 보는 수업이다. 주제가 이러해서인지 대부분 Prep친구들이 많이 있었고, 심지어 여자아이는 제제가 유일했다.

점심시간에 진행하는 Dance수업은 제제가 좋아하는 분야라 신청해 보았는데, Term별로 율동을 배운 후 마지막 Assembly때 연습한 내용을 발표한다고 한다. 이번 Term에는 Lady Gaga 노래로 율동을 배우는 것 같았다.

학교 방과후 강사들을 학교에서 직접 채용하고 관리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이곳 호주에서는 외부 업체를 계약하고 그 업체에 소속된 강사들이 이런 방과후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한 시간당 약 20달러 정도의 수업료를 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방과후 수업에 비하면 조금은 비싼 편이긴 했다.


Gymnastic Lesson

제제가 호주에 와서 또 새롭게 시작한 방과후 활동이 있는데, Gymnastic이다. 우리로 따지면 맨손체조 같은 활동인데, 여자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활동이라고 한다. 손 짚고 옆돌기, 물구나무서기 등 맨손체조 혹은 리듬체조 동작들이라고 볼 수 있다. 운동장을 자세히 살펴보니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에 여자아이들이 무리 지어 이런 동작을 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따로 배울 수도 있다고 해서 Boroondara Sports Complex라는 체육센터에서 진행되는 수업에 참여해 보기로 했다. 홈페이지에서 바로 수업을 예약할 수 있어서 신청한 후 직접 가보니 많은 여자아이들이 가벼운 옷차림과 맨발로 실내 체육관에서 진행하는 수업이었다.

또래 아이들 대부분이 이런 동작들을 즐겨하고 좋아하다 보니 현지 친구들과 친해지는데도 도움이 되는 수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여자아이라면 무조건 이 수업을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House Sport team

분명 교복은 남색계열이었는데 입학하고 보니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등 4가지 색의 티셔츠가 눈에 띄었다. 알고 보니 학교에는 4가지 House Sport Team이 있고, 입학하게 되면 4가지 팀 중 한 곳에 소속되어 졸업할 때까지 같은 팀으로 활동하게 된다고 한다. 각 학급에는 4가지 팀이 골고루 구성되어 있고, 특별한 스포츠 활동이 있을 때 학년 상관없이 같은 소속 팀끼리 모여 소속감과 협동심을 기르며 활동하게 된다. 제제는 노란색 팀으로 정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교복 상점에 들러 노란색 티를 구매했다.

House Sport top을 입고 있는 제제, 그리고 학교 운동장에서 진행되는 Multi Sports 방과후 수업

Photo Day

3월 4일에는 학교 포토데이를 가질 예정이라는 공지 내용이 있었다. 그날은 House Sport Tops이 아니라 Full School Uniform을 입고 오라고 되어 있었다. 매년 이런 포토데이를 진행하고 매번 구매가 가능하다고 한다. 구매를 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에서 사전에 결제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사진 구성 품목이 약간씩 달라 선택을 해야 한다. 제제가 다닌 학교의 경우, 디럭스 패키지($69), 가치 패키지($63), 일반 패키지($58) 등의 구성이 있었는데, 보면 약간씩 사진 매수와 사이즈의 구성이 달랐다. 나는 일반 패키지로 선택하고 거기에 머그잔을 추가해서 결제했다. (추가 구성품으로 머그잔에 아이의 사진을 인쇄해서 제작할 수 있다.)


학부모 상담 참여하기

2월 26일 수요일에 학부모 상담이 예정되어 있었다. 상담은 학생별로 10분 간 진행되고, 교과전담(체육, 제2외국어와 같은 선생님들로 이곳에선 Specialist라고 부른다.) 선생님들과도 상담을 원하면 신청이 가능하다. 나는 담임선생님과의 상담만을 신청하기로 했다. 상담 신청은 앱을 통해서 가능한데, 아이들 Recess 점심시간, 혹은 하교 시간 부근으로 내가 원하는 시간을 예약할 수 있다. 또한, 외국인 자녀의 경우 선생님과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으면 사전에 통역사를 신청할 수 있다. 한국어 통역사도 신청할 수 있긴 했으나, 나는 미리 공부해서 직접 소통해 보기로 했다. 상담 시간은 12시 10분으로 예약을 하고, 그날 조금 서둘러 상담 시간에 맞추어 학교를 방문했다.

상담은 Prep아이들이 생활하는 건물 1층에 위치한 Junior Hall이라는 넓은 교실이었는데, 이곳에서는 1, 2학년 선생님들이 일정 간격을 띄워 책상을 놓고 각 학급의 학부모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제의 학급은 월, 화, 수에 오시는 선생님과 목, 금에 오시는 선생님 이렇게 2분의 담임선생님이 계셔서 두 분이 함께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우선, 나는 제제가 이 학교에 어떤 상황에서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제제의 기본적인 성향에 대해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When she was in Korea, she'd studied English for about 1 year. At that time, her English study was focusing on reading and vocabulary mostly and she learned how to find out right answers about texts and some skills for solving English problems. That's why we decided to come to Australia. Because we wanted to give her a lot of opportunity to communicate with teachers and friends by using real English.

She is so curious about many things, but gets bored easily. If there is something that she's really interested in, she gets into it and has good consentration. But if it is not, she can be distracted.


한 달간의 짧은 학교 생활이었지만, 선생님 두 분 모두 제제의 이런 부분에 대하여 공감하고 이미 알고 계셨다고 한다. 그래도 영어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제제에게는 도전적인 상황임에도 제제가 생각보다 학교 생활을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셨다.

10분 여 정도의 짧은 상담이었지만 그래도 선생님 두 분과 제제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제제의 학교 생활을 일부 엿볼 수 있어 좀 더 안심할 수 있었다.

학부모 상담이 있던 날 진행된 Peppercorn BBQ

Peppercorn BBQ

학부모 상담이 있던 날, 학부모들끼리의 자연스러운 모임을 가질 수 있게 Peppercorn BBQ행사가 진행됐다. 학부모들 중에서 자원봉사를 할 사람들을 사전에 구하고 학교 운동장 한편에서 간단한 소시지, 아이스크림, 음료수를 팔 예정이라고 했다. 날씨는 꽤나 더웠는데 그늘은 시원해서 행사를 즐기기에는 괜찮았다. 더워서인지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 메뉴가 잘 팔렸다. 나도 제제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하나 골라 사 먹고 함께 알게 된 한국 학부모들과도 간단히 담소를 나누고 헤어졌다.


학부모 대표

우리가 학부모총회 같은 행사를 통해 학부모회를 구성하는 것처럼 호주의 학교에도 Parents Representatives를 뽑아 다양한 행사를 할 때 지원을 하기도 하고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도 한다. 제제의 학급에는 작년부터 활동하던 학부모님이 계신지 이미 대표가 선정이 되어 있었다. 선생님과의 상담 이후 학부모들의 단체 채팅방이 구성되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고, 종종 학부모들끼리의 모임도 주최된다고 한다.


우리의 초등학교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이곳에만 존재하는 행사들에 참여해 보는 것이 낯설긴 하지만 재미있기도, 신기하기도 했다. 또한, 학부모들의 참여가 생각보다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여러 가지 갈등이나 문제들이 불거질 때가 있어서 점점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 거리를 두게 되는 한국의 상황과는 대조적이었다.

어떤 것이 더 좋다 나쁘다 말하긴 어렵지만, 여유 있는 이곳의 분위기는 어쩌면 부럽기도 하다.

3월에는 Excusion(호주에서 말하는 현장체험학습), Swimming lesson week, Harmony day 등과 같은 더 다채로운 행사들이 이어진다고 하니 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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