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쇼핑은 어렵다
나는 한국에서도 쇼핑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소비 욕구가 크지도 않아서 무언가를 알아보고 비교해보고 하는 일을 즐기지 않았다. 그래도 엄마로서 또 주부로서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장을 보며 매 끼니를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나는 미리 계획하며 물건을 사는 사람도 아니어서 새벽배송이 되는 온라인마트를 즐겨 이용하곤 했다. 요즘 한국은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시스템이 너무 잘 갖춰져 있다. 그런데 이 호주에 오고 보니, 그런 한국의 시스템이 얼마나 편리했는지 뼈저리게 느낀다. 식재료를 살 수 있는 곳은 오프라인 마트뿐이고, 다른 기성품을 사려고 해도 온라인 마켓의 배송은 너무 느리다. 그러다 보니 장 보러, 쇼핑하러 가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물론, 아마존 프라임으로 회원 등급을 업그레이드하면 1~2일로 배송기간을 단축할 수 있긴 하다.)
쿠팡이나 네이버에서 검색 몇 번으로 손쉽게 구매하던 한국과는 달리 필요한 물건을 하나 사는데도 이곳에서는 집 근처 쇼핑센터를 돌아다니며 직접 물건을 보고 사야 한다. 직접 물건을 보고 사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디자인이나 색깔, 특정 종류 등을 손바닥 안의 인터넷으로 쉽게 비교하며 사던 때가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매번 직접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구입하다 보니 내가 원하는 물건을 사려면 그야말로 품이 많이 든다.
처음에는 필요한 물건이 있어도 이게 도대체 어디에서 파는 것인지 몰라 당황한 적도 많다. 예를 들어, 매일 챙겨가는 물통을 닦아주려고 빨대세척솔이나 물병 세척솔 같은 물건을 사야 했는데 의외로 인근 울월쓰나 콜스 같은 마트에서는 쉽게 구하기가 어려웠다. 큰 쇼핑센터에 입점해 있는 일본식 다이소 혹은 Kmart, BigW 같은 대형 잡화점에 가서야 내가 원하는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 가까운 곳에 이케아가 있어서 각종 주방 용품이나 생활 용품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서 좋긴 하지만, 물건 하나를 사려고 차를 끌고 나가 주차를 하고, 큰 이케아 매장을 돌다 보면 꽤나 많은 시간이 지나버리곤 한다.
이곳에 와서는 코스트코, 울월쓰나 콜스, 알디, 한인마트 등을 인근 마트를 순회하며 필요한 장을 본다. 우리는 2인 가족이라 식재료가 그렇게 많이 필요한 것이 아닌데도 생각보다 자주 장을 보러 가게 된다. 아무래도 외식을 거의 하지 않고 대부분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다 보니 그렇기도 하고, 또 일주일 내내 아이의 점심 도시락을 싸야 하다 보니 생각보다 식재료 소비가 빠른 편이다.
또 여러 마트를 돌아보며 내가 주로 사는 물건 중 어느 것은 특정 마트에서 더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품목 별로 방문하는 마트가 달라졌다. 코스트코는 우리나라와 물건 구성이나 배치가 무척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 코스트코에서 장을 보는 품목은 정해져 있다. 물, 세제, 냉동식품, 계란, 빵, 고기, 과자 등을 사러 가는데 대부분 쟁여놓고 사용하는 그런 품목들이다. 물론, 채소나 과일 종류도 있긴 하지만 제제와 내가 먹기엔 양이 많은 편이라 간단한 채소나 과일 같은 식재료는 인근 마트에서 구입한다. 이런 상황이라 하루는 이곳에서 장을 보고, 다음 날은 저곳에서 장을 보면 무언가 산 것은 없는 것 같은데 매일 장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런 생활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조금은 익숙해진다. 그리고 힘들긴 하지만 한 가지 좋은 점도 있다. 거의 대부분 오프라인에서만 쇼핑을 하게 되니 한국에서보다는 훨씬 계획적으로 소비를 하는 느낌이다.
오늘도 난 마트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