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데리러 공항으로 가는 길
남편은 직업 특성상 원하는 시기에 마음대로 휴가를 내기 쉽지 않다. 우리가 이렇게 1년을 떨어져 지낼 동안 남편은 중간중간 멜버른을 방문하려고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가 않았다. 특히나 제제의 중간 방학 기간에는 아무래도 오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제제의 학년이 마무리되는 12월 말쯤에나 짐을 챙기러 오겠거니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3월 중순쯤이었을까. 남편에게서 근로자의 날과 어린이날 등 5월 초 연휴기간에 어렵사리 휴가를 낼 수 있겠다고 연락이 왔다. 연휴기간에 3~4일 추가 연차를 이어 붙이면 열흘 정도의 휴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바로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고 예매를 해두었다. 그렇게 표를 끊어둔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텀 2가 시작되고 4월도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르렀다.
아빠가 오기로 한 날, 금요일 아침부터 제제는 무척 흥분한 상태였다. 아이를 달래어 학교에 등교시킨 후 나 또한 텀 2의 첫 어셈블리에 참석하기 위해 하교시간보다 조금 일찍 학교에 도착했다. 남편은 이미 목요일 밤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시간, 인천공항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상태였다. 그곳에서 3시간 정도 경유를 하고, 다시 멜버른으로 오는 비행기를 타고 오고 있는 중으로 멜버른 공항에서의 도착 예정 시간은 저녁 7시 15분으로 되어 있었다. (지금은 인천에서 멜버른으로 오는 직항 노선이 없는 상태다.)
나는 차를 가지고 남편을 데리러 가기로 하고, 미리 멜버른 툴라마린 주차장에 4시간 주차를 할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결제를 해두었다. 공항으로 차를 가지고 누군가를 마중 나가는 것은 처음이라 긴장이 되었다. 주차장에서 공항까지도 잘 찾아갈 수 있을지, 혹시 헤매진 않을지 걱정도 되었다. 그래도 남편을 오랜만에 만난다는 설렘이 더 컸다. 남편과는 워낙 알고 지낸 지가 오래되어 친구 같은 사이라 서로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을 편하게 이야기하다 다툴 때도 있고, 생각이 다를 때면 으르렁거리기도 하는 우리인데도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으니 그립기도 하고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빠를 볼 수 있다는 설렘에 몹시 흥분한 아이를 달래며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저녁을 간단히 먹이고 공항으로 출발해야 할 것 같아 저녁을 먹이고 샤워를 시킨 후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혔다. 퇴근시간이라 공항까지는 대략 1시간이 넘게 걸릴 예정이었고, 밤운전에다 익숙하지 않은 장거리 운전이라 좀 더 여유 있게 소요시간을 계산했다. 어차피 남편도 공항에 도착해서 수화물을 찾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6시 30분쯤 집에서 나와 공항으로 출발했다. 금요일 밤이라 도로에는 차가 많았다. 그래도 예상한 시간만큼 걸려 공항에는 7시 30분쯤 도착했다. 사전에 온라인에서 주차를 미리 예약하고 비용까지 결제하고 나니 바로 주차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도착장과 가까운 Car Park였는데 주차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건물들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고 주차구역도 꽉 차있어서 주차할 자리를 찾는데도 시간이 조금 걸렸다. 주차위치를 까먹을까 싶어 사진으로 주차 위치를 찍어두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 도착장(Arrival)으로 가는 길을 헷갈릴까 봐 주변을 잘 살피며 공항 건물을 찾았는데,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단 가깝게 위치해 있어 걸어서 한 5분 정도만에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남편과 다행히 연락이 되어 우리가 도착했음을 알리고, 한 30분 정도 기다렸을 때쯤 수화물을 찾고 나오는 남편과 만날 수 있었다. 거의 4개월 만의 가족 상봉이었다. 결혼하고 나서 이렇게 오랜 기간 떨어져 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아이도 오랜만의 아빠와의 만남의 무척이나 들뜬상태였는데, 직접 아빠와 만나게 되니 그 기쁨이 배가 된 것처럼 서로 안으며 반가움을 표현했다. 나는 처음엔 남편 얼굴을 보고 얼떨떨한 기분에 멍해졌다. 오랜만에 본 남편 얼굴이 낯설기도 하면서 마치 어제 보고 금방 다시 만난 사람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누며, 또 멜버른까지 비행기를 타고 중간에 한 번 경유를 하며 오는 중에 생긴 몇 가지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들으며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서는 가져온 짐을 정리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마치 남편은 산타클로스처럼 나와 제제가 필요로 했던 물건들을 선물보따리 마냥 하나하나 꺼냈다.
이제 남편은 일주일정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다음 월요일 점심 비행기를 타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 일주일이 정말 짧게만 느껴질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난 남편과 보낼 시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