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으로 꽉 채운 방과 후
제제가 다니는 학교는 텀 1이 끝난 4월 4일 금요일 하교부터 2주 동안 School Holiday에 들어갔다. 이곳 호주에서는 vacation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holiday 혹은 break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다행히 이번 첫 방학기간에는 지인이 1학년 딸아이와 함께 호주를 방문해 주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방학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2주 간의 첫 방학을 보내고 4월 22일 화요일에 개학을 하며 본격적으로 텀 2에 돌입했다. 텀 1 때는 제제가 잘 적응하고 순조롭게 학교 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기 때문에 초반에는 다른 방과 후 활동이나 사교육을 알아보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학교를 다니다 보니 우리나라처럼 학교 자체에서도 진행하는 방과 후 활동이 있고, 그 분야도 체육, 음악, 체스 등 꽤나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우리처럼 학교자체에서 방과 후 강사를 채용하고 학교가 주체가 되어 방과 후 수업을 운영하는 것과는 달리 외부 교육 업체가 들어와서 학교 장소를 빌려서 운영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학교 밖의 다른 곳으로 라이딩하지 않고 학교 건물 안에서 수업이 진행된다는 점과 같은 학교 친구들과도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끌려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제제의 학교에서는 K라는 기관에서 'Multi Sports Class', 'Dance Class', 'Basketball Class' 등의 체육 수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 외의 다른 기관들이 운영하는 축구 레슨, 아침 등교 전에 진행하는 테니스 레슨, 음악부스에서 운영되는 악기 레슨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 외부 수업들이 실시되고 있었다.
입학하고 첫 주 아직도 모든 게 낯설던 그때, 제제는 새로 사귄 한국인 친구의 소개로 댄스 수업의 Trial lesson을 듣게 되었는데, 한국에서부터 워낙 춤추는 것을 좋아하던 터라 트라이얼 수업 다음 주부터 수업을 들어보기로 했다. (보통 이렇게 처음 수업을 무료로 수강할 수 있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방과 후 수업의 경우 주 1회, 1시간의 수업이고, 수업료는 20달러 초반대에서 책정된다. 한국 방과 후 수강료에 비하면 꽤나 비싼 금액이다. 특이하게도 이 댄스 수업은 방과 후에 진행하는 것이 아닌, 점심시간의 일부를 빼서 일과 중에 수업을 받으러 간다.
제제는 운동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학기가 시작한 지 3주 차가 되었을 때쯤부터 이 업체에서 진행하는 Multi Sports수업도 들어보기로 했는데, 농구, 축구 등 기본적인 구기종목부터 하키, 크리켓 등 생소한 종목까지 다양하게 접해볼 수 있는 수업이었다.
그리고 작년 초 제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수영에 관심을 보여 한국에서 한 6개월 정도 수영을 배우고 왔었다. 그런데 호주에서 지내는 집 바로 근처에 작은 스포츠센터가 있고 그곳에서 수영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름대로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고, 수영기술별로 레벨을 나누어 수준에 맞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해당 센터 홈페이지에 가입을 하고 제제의 인적사항을 입력한 후 수강신청을 하자, 아이의 수영 실력이 어떤지 묻는 대여섯 가지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나면 아이에게 맞는 수업으로 연결되어 신청할 수 있었다. 수영 수업은 주 1회 30분간 진행되며, 수강료는 대략 21달러 정도였다.
그렇게 한 달쯤 학교에 적응하며 이 3가지 운동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Gymnastic이라는 수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로 따지면 맨손체조, 기계체조 등 여러 체조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수업인데 초등학교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이 좋아하는 수업이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다른 아이들도 눈에 들어오게 되면서 등교 전, 혹은 하교 후 운동장에서 아이들끼리 모여 옆 구르기를 하거나 물구나무를 서는 여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제제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아이들이 모여 이런 Gymnastic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도 그런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말을 하길래 학교에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큰 스포츠센터에서 수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텀 1 중간쯤부터 이 수업도 듣게 되었다.
이렇게 운동으로 꽉 찬 일주일을 보내다 보면 시간이 정말 무섭게 흐른다.
텀 1에 들었던 Multi Sports 수업은 제제 혼자 여자 아이인 데다 너무 다양한 종목을 약간 맛보기로만 다루다 보니 제제가 금방 흥미를 잃고 조금 힘들어했다. Dance 수업은 제제가 무척 좋아하고 즐겨하던 수업으로 텀 1 기간 동안 한 가지 곡을 완성해서 마지막 Assembly 때 공연으로 결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지만, 점심시간에 진행되다 보니 점심 먹는 시간도 부족하고 딱히 어떤 기술을 배우는 것은 아니어서 엄마입장에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에 시작하는 텀 2부터는 이 두 가지 수업은 빼기로 하고, 학교 인근에 있는 테니스 코트에서 진행하는 테니스 레슨을 받아보기로 했다.
처음에 이 테니스 레슨을 알아보면서 인근 테니스코트를 찾아갔을 때 예비수강생들을 안내하는 프런트가 따로 없다는 것에 당황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테니스 레슨 또한 테니스 코트라는 장소를 빌리는 외부 교육 업체가 있어서 그 업체에 따로 연락을 하고 레슨을 문의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테니스 코트는 그저 장소일 뿐, 테니스를 치고 싶은 사람들이 그 공간을 대여하거나 혹은 외부 교육 업체들이 그 장소를 빌려 수강생들을 지도하는 개념이었던 것이다.
근데 문제는 이런 테니스 강의 업체를 연락하는 방식이 전화 혹은 메일인 경우가 많아 그 과정이 무척 답답하다는 점이다. 그래도 학교 주변에 테니스 코트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업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홈페이지도 갖고 있고, 수강생 전용 앱이 있어서 연락이 수월한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앱으로 수강료를 결제할 수 있기도 하고, 결석할 때도 미리 등록을 하면 보강 수업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그리고 첫 수업은 무료 트라이얼 수업이 가능해서 수업을 들어본 다음 이번 텀부터 테니스를 배워보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보통 국, 영, 수 위주로 사교육을 하느라 정신없을 바빴을 텐데, 이곳에 와서는 예체능으로 방과 후 일정이 채워졌다. 작년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에 비하면 정말 확연히 운동량이 늘어난 셈이다.
여유로운 호주 분위기 덕분일까? 이런 분위기가 모든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것인지 제제같이 잠깐 호주에 다녀가는 international student에게만 해당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한국이었다면 매일 1~2시간씩은 채워졌을 영어 학원하나가 해결돼서 이런 여유가 생겼을 수도 있을 듯하다. 아무튼, 텀 2에도 운동으로 꽉 찬 일주일을 보낼 예정이다.